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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할머님께서는 어느 날부터인가





저의 할머님께서는 어느 날부터인가 건강이 몹시 약해지셨

습니다.

그래서 몇 차례나 입원을 거듭하시다가 한동안 통원 치료

를 받고 계실 때였습니다.

할머님께서 병원을 가실 때에는 항상 아버지가 업고 다니셨

는데, 그날은 저도 함께 병원에 가게 되었고, 돌아오는 길

에 시내버스에 올라 뒷자리에 나란히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님께서 버스를 타고 오시던 중에 갑자기 토하

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할머님께서 토하신 것이 차 바닥에 쏟아지면서 바

로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 바짓자락에도 묻게 되었지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사태여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

습니다.

순간

버스가 멈춰서면서 승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 쪽으로 쏠

리는 가운데 아저씨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얼른 일어나 할머님이 지금 몸이 아프시다며 사

정을 말씀드렸지만 그 분은 막무가내였습니다.

노인네가 몸이 아프면 택시나 자가용에 태워서 다닐 일이

지 왜 하필 버스를 타서 남의 옷을 더럽히냐며 큰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재수가 없으려니...˝ 라며 혀를 차고 욕하는 것

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아저씨의 그 말에 불끈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제가 나서서

어른과 싸울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승객들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입고 있던 점퍼를 벗었습니다.

그러더니 할머님이 토하신 것을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저씨의 바지부터 닦아주고 또 버스 바닥도 옷으로 깨

끗이 닦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옷을 벗어 토사물을 닦으니 승객들은 다들 놀라

는 얼굴이었고 화를 내던 그 아저씨마저 조용해졌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뒤처리를 하시더니 할머님을 들쳐업

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이윽고 버스는 떠나고 우리는 근처 구멍가게에서 비닐봉지

를 하나 얻었습니다.

그 봉지에 아버지의 점퍼를 넣은 채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

로 돌아오는데...

그제서야 저는 할머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머님은 저한테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자꾸만 아버지의 등

에 얼굴을 파묻으셨지만 저는 똑똑히 보았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할머님의 얼굴은 온통 눈물 범벅이었고

눈두덩도 벌겋게 부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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