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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없는 세상
그가 없는 세상


그가 떠나고 나면
서울이 온통 빈 것 같고
눈에 띄는 모든 게 무의미해져서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가) 야간열차를 탄다고 해서
서울역까지 배웅을 나간 날이었다.
그를 보내고 나니까 웅성거리는 서울역이나
광장의 사람들도, 만원 전차 속의 승객들도
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부유하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피가 통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적막 강산에 혼자 남겨진 것처럼
외롭고 쓸슬했다.
실컷 울고 싶단 생각밖에 안 났다.



- 박완서의《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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