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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길 줄 아는 사람이 ‘리더’ 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난감한 질문을 퍼붓는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치미는 화를 참지 못하고 “Son of Bitch”라고 욕을 했다.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기자들은 며칠 후 레이건 대통령에게 티셔츠 한 장을 선물로 전달했다.
셔츠에는 ‘SOB’라는 글씨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여론은 더 악화되고 언론과의 갈등 관계는 증폭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레이건은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응수했다.
“SOB라…. 이건 당연히 Saving of Budget(예산 절약)이라는 뜻이겠지요?여러분의 충고를 늘 염두에 두겠습니다.”
다음날 신문에는 레이건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리지 않았다.
권력과 언론의 갈등 관계가 눈 녹듯이 풀렸다.
링컨, 처칠, 루스벨트, 아이젠하워, 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근·현대 미국과 영국이 배출한 걸출한 지도자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미국과 영국의 역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거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재임 중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공(時空)을 초월한 존경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을까?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탁월한 유머 감각을 겸비한 지도자였다는 사실에 있다.
왜 대중들은 유머가 풍부한 지도자, 즉 국민을 웃길 줄 아는 지도자를 좋아할까.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의 작가이자 유명한 강사인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사람은 함께 웃을 때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유머만이 청중을 하나로 만들 수 있어
한국 개그계(界)의 대부로 통하는 전유성(全裕成)씨에게 정치 지도자의 자질 중에 왜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정치 지도자는 불특정의 대중을 상대해 설득해야 한다. 그 대중들은 나이, 성별, 학력, 신분, 재산 등에서 천차만별이다. 각계각층,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한데 뒤섞여 있는 게 대중들이다. 이들이 한데 모여있는 자리에서 어떤 정책과 철학에 관해 길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지루하고 짜증나 할 것인가. 나이, 성별, 학벌, 지위와 관계 없이 대중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웃음이다. 웃는 것에는 어떤 차별도 없다.”
버스카글리아와 전유성의 말은, 표현은 조금 다르지만 웃음이 발휘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한다.
웃음은 서로 이질적이고 융합하지 못하는 대중을 하나로 묶어주고 연대감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무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치 지도자에게 웃길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논리다.
한국 정치의 특징은 정치를 전쟁 치르듯 살벌하게 한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이런 한국 정치의 살벌함과 무지막지함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여야 대변인 공방(攻防)은 말할 것도 없고 여야 대표, 심지어 대통령까지 살벌한 용어를 구사한다.
2003년은 특히 살벌함에 상스러움까지 더해져 국민들은 피곤하고 짜증나는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유머는 카리스마의 부산물”
재미작가 겸 영어교재 저술가인 조화유(曺和裕)씨는 “정치인들이 유머 감각이 없으면 정치는 살벌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정계에서 출세하려면 조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으며 위대한 대통령들은 다 조크의 명수(名手)들이었다”고 말한다.
조화유씨는 또 “난마같이 얽힌 정치 문제도 유머와 조크를 통해서 잘 풀리는 수가 있다”면서 “정치인의 연설에서 조크가 빠지면 김빠진 맥주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서구에서는 정치인 유머 모음집이 수세기 동안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정치인의 유머만 모아서는 한 권의 책도 꾸미기가 어렵다.
우스개로 대중을 감동시킨 정치 지도자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토론 시간에 앞서 고양이와 개가 만나면 왜 싸우는지를 물었다.
국무위원들이 머뭇거리자 이렇게 말했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내리는데, ‘고양이과 짐승’들은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빳빳하게 들고 공격자세를 취하고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딱 내린다고 한다.”
이어 노 대통령은 “개와 고양이가 만났을 때 개가 꼬리를 치켜들면 고양이는 ‘어 해보자는 거냐’라고 받아들이고, 반면에 개는 꼬리 내린 고양이를 보며 ‘너 긴장했냐’라고 반문한다”고 설명했다.
장관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농담은 빈번한 부적절한 언행 속에 나온 것이어서 높은 평점을 얻지 못했다.
유머는 카리스마의 부산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인생과 지위와 업적에서 오는 권위가 뒷받침될 때 유머는 빛이 나고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유머가 빛나지 못하는 까닭은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적절치 못한 유머로 크게 손해를 본 대표적 정치인이다.
이회창씨는 2002년 스승의 날 일일교사로 모 여고를 방문해 여고생들에게 “빠순이들…”이라고 했다.
‘오빠부대’를 지칭한다는 것을 ‘빠순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빠순이’는 술집 접대부(호스티스)를 지칭하는 은어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회창씨의 경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부적절한 유머의 사례가 많다.
차가운 인상에 유머 한 마디 할 줄 모른다는 이미지는 치명적 약점이 되었고 그는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토론 문화가 유머 발달시켜
적절한 유머 한 마디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기도 한다.
2000년 6월,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끝내고 오찬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를 두 영수 사이에 앉히면서 “대통령께서 이산가족이 된 줄 알았습니다. 여기까지 오셔서 이산가족이 될 게 뭐 있습니까?”라고 농담한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조크는 지금까지 외부 세계에 비쳐졌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서울에 주재하는 일본 기자들은 5공화국 초기 시중에 떠돌던 ‘박사보다 육사가 높고 육사보다 보안사가 높고 보안사보다 높은 것은 여사’라는 농담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유머였기 때문이다.
한국 취재 20년인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한국 정치인들은 일본인이 부러워할 정도로 말을 잘한다”면서 “이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무라이 문화가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고 현대 일본 정치가 막후협상 정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치인들이 일본 정치인에 비해 말은 잘하지만 유머 감각은 서구 정치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한국 정치가 살벌하게 보이는 것은 은유와 직유가 없이 직설과 독설만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서구 정치에서 유머가 발달한 것은 토론문화에서 찾기도 한다.
링컨이 젊은 시절 하원의원으로 출마했다.
합동정견발표회에서 그의 라이벌 후보는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보세요”라고 소리쳤다.
물론 모두들 높이 손을 들었으나 링컨만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그 후보는 링컨을 향해 “미스터 링컨, 당신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그럼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링컨 후보는 빙긋이 웃으며 “천만에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싶소!”라고 대꾸해 청중을 웃겼다.
물론 링컨은 당선되었다.
프랑스 정치가 조르주 클레망소에게 신문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본 정치가 중에 누가 가장 최악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자 조르주 클레망소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하는 순간에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클레망소는 직설적으로 누구는 이래서 나쁘고 누구는 저래서 나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프랑스인들은 클레망소의 말에서 정치판의 현실을 읽어냈다.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인물이다.
의사 출신인 체 게바라는 혁명가로만 알려졌지 유머 감각이 탁월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덜 알려졌다.
그와 게릴라 활동을 벌이던 동료들은 식사 시간에 체 게바라가 하도 웃겨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개그맨 전유성씨는 한국 정치에 웃음이 없는 이유에 대해 “정치인들이 웃기는 것을 가볍게 본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한다.
웃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유머와 조크는 마음의 여유와 인생에 대한 통찰력에서 나온다.
2004년 새해를 맞으며 지금 한국인들이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스스로도 웃을 줄 알며, 제발 국민들을 많이 웃게 해달라’는 것이 아닐까.
◆ 웃길 줄 아는 국내 정치인들
DJ는 가벼운 농담
YS는 썰렁한 농담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상대적으로 유머 감각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사람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다.
DJ는 재임 시절 수석회의나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으레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완시키곤 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사람을 많이 웃긴 대통령에 속한다.
그러나 YS를 가리켜 유머 감각이 있다고 하진 않는다.
YS의 경우, 본인은 남을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말하는 데 상대의 웃음을 자아낸다.
퇴임 후의 일이다. YS는 춘추관장을 지낸 박영환 비서관이 벤처사업을 한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 후 박영환씨는 상도동을 찾아 YS에게 인사를 했다.
YS는 그에게 “너, 요즘 벤츠 타고 다닌다며…”라고 말했다.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도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이다.
특히 툭 터놓고 말하는 재담에 능하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 시절인 만큼 재임 중 공식석상에선 항상 근엄한 모습이었다.
박희태씨가 ‘유머’로 최장수 대변인
1980년대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명대변인의 범주에 드는 사람은 봉두완·박희태·박상천·홍사덕·박지원·정동영씨 등이다.
이들 중에서 유머 감각으로는 단연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의원이다.
그는 1988년 12월 민정당 대변인에 임명되어 민자당으로 바뀐 1993년 2월까지 4년 3개월 간 집권당 대변인을 맡았다.
그와 평민당 박상천 대변인과 벌인 맞대결은 볼 만했다.
논리적 언변에서는 박상천 대변인이 누구한테 뒤질 사람이 아니었지만 허를 찌르는 박희태 대변인의 유머에는 당해내기 어려웠다고 평가받는다.
박희태 의원의 경우 탁월한 유머 감각이 그를 한국 정치사의 최장수 대변인이 되게 했다.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의원도 유머가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다양한 화제로 좌중을 휘어잡고 웃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정치권에서 그만큼 여야를 넘나들며 교유(交遊)의 폭이 넓고 적(敵)이 없는 사람도 드물다.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도 일단 자리에 앉으면 배꼽을 잡게 하는 입심으로 유명하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mapl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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