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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룡강에서 한 마리 악어가 걸어나오다 |  | |
| 눈 덮힌 흑룡강,
쩡쩡 얼어붙은 수면을 깨고나와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한 마리 악어,
열대 우림 지역에서 살찐 몸뚱이
흙빛 갈라터진 껍질 사이로
알전구처럼 튀어나온 눈알을
겨울밤 새하얀 어둠 속에서 번쩍거린다
오랜 무명의 창을 깨고
얼음진흙 강에서 걸어나오는 악어는
계절을 모르는 장생의 혼,
커다란 흰 사슴 불룩한 뒷허벅지 부분에
거꾸로 기이하게 달린 또 하나의 가면이다
무쇠탈을 벗겨낸 파충류의 새빨간 얼굴이
점점 흙빛 짙어지는 괴수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나타내기 전에
도깨비 방망이 같은 긴 꼬리로
탁 한 번 강바닥을 치더니
백두산록에 사는 흰 사슴으로 변하고 만다
종족의 흰 산처럼 웅장한 자태,
한 백년 액자 안에 갇혀 지내던
커다란 몸뚱이의 흰사슴은,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뒷 발을 한 바퀴 뱅그르르 돌려
흑룡강 얼어붙은 수면을 깨고
엉금 엉금 시계時計 밖으로 걸어나오는
자연의 이면, 악어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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