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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처럼 그리운 것들아/최광림
넉살 좋은 햇살이
쥐꼬리만한 바람의 꽁무니를 움켜쥐고
멱을 감는 이런 날은
해우소 뒤안에
촉 틔우는 산란도 수채화로 밟힌다

황량한 지평의 소실점에서
조막손 흔들며 깃발로 우우대는
목숨처럼 그리운 것들아,

하루를 미맥의 화선지에 풀무질하여
산월 달 부픈 강물에 젖가슴을 적신다면
고사목 둥지에 수액이 돌고
날 위해 호명하는 어린 것들은
장대 끝에 눅눅한 하늘을 포획할 수 있을까,

등 굽은 황톳길에
숨가쁜 몇 마장의 세월이 나이테로 감기고
성황당 돌무덤에 새끼를 비비던 어머니
옹이 진 손바닥을 꼬챙이로 채혈할 때마다
조형된 내 가슴속 핏기 없는 웅덩이에
뚝뚝 붉은 물이 노을로 객사한다

온전치 못한 양심에 덤으로 안주하는
침묵하는 것들아,
꼼꼼히 눈 씻고 들여다보면
풀잎에 목숨 건 한 방울 이슬에도
생명처럼 온 우주가 내려앉는 것을,
그 여린 것들이 혈맥으로 뜨겁게 분출하는 것을

그래서 이런 날은
고추선 정수리에 방패연을 띄워놓고
입자로 부서지는 농밀한 가을의 분말들을
목숨보다 그리운
그대 채취인양 꾹꾹 눌러 다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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