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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던 날
가랑비 국수 가락 마냥
뚝뚝 끊어져 내리던 날
꽃들이 입을 쩍쩍 벌리고 앉아
연둣빛 종아리에 젖살 올리던 날,
맛난 국수 가락 같은 봄비는
안개와 비벼져 수북이 내린다.

꽃들이 비를 마시는 동안
사람들은 안개를 마신다.
안개는 어둠과 빛으로 가기 전의
연옥 세계처럼
조용히 타이르거나 죄를 묻듯이
목젖으로 울컥 내려앉아

사람들은 우산 속으로, 속으로
죄 많은 얼굴이 되어 응달로 지고,
서로의 간격을 듬성듬성 띄우며
길을 버리고 흩어졌다.

봄비는 안개 속으로, 속으로
포개어지고, 나누어지다가
초록의 길을 서서히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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