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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에는 꽃이피네中 <법정스님> |  | |
| 내가 가끔 시내에 나오면 편지가 와 있다. 편지는 많이 받지만 답장을 자주
쓰지는 못한다. 지난 겨울 어느날 밖에는 눈이 오고 뒷골에선 노루 울음소리 들
려 내 마음도 소년처럼 약간 부풀어 올랐다. 그래서 묵은 편지를 뒤적이다 답장
을 몇 군데 써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일어 벼루에 먹을 갈았다.
마땅한 종이가 없어 뒤적이다가 도배하고 남은 종이 사이에서 화선지 두 장을
발견했다. 그것도 전지가 아니고 쪼가리였다. 그걸 오려서 편지를 몇 통 썼는데,
종이가 한정되어 있지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아껴 써야 했다. 자연히 종이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보통 때믄 글씨도 크게 써서 끝내곤 했는데 그날
은 아주 잔글씨로 써서 몇 군데 띄워 보냈다. 그때 적은 것이 참 살뜰하고 고맙
다는 것을 느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지물포에서 화선지를 스무 장 남짓
사갖고 왔다. 그랬더니 쪼가리 두 장 가졌을 때의 오붓하고 살뜰하고 고맙던 정
이 사라지고 말았다. 많은 것은 그런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가봐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다. 그
것이 가난이고 결핍이다.
내가 잘 아는 친구가 인도 여행을 갔는데 거리에서 파는 금속 공예품이 마음
에 들어 흥정을 시작했다고 한다. 가게 주인이 빤히 쳐다보더니 천 루피를 달라
고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치면 사만원 정도인데 인도에서 천 루피면 굉
장히 큰 돈이다. 사람 봐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래서 친구가 백 루피만 하자고 십분의 일로 깎자 백오십 루피만 달라고 하
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칠십 루피만 하자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한참 옥신
각신하다가 그냥 나오려니까 주인은 할 수 없이 가져 가라고 했다. 천 루피짜리
를 칠십 루피에 산 것이다. 얼마나 기뻤겠는가.
그런데 값을 지불하고 나오려고 하니까 주인이 뒤에서 ‘아 유 해피?’하고
묻더라는 것이다. 당신 행복하냐고, 그렇게 싼 값에 물건을 사서 정말로 행복하
냐고. 이 말을 듣고 친구는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것 같더라고 했다. 그건 행
복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건 행복이 될 수 없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렇
게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당신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다. 그러나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당신의 문제다.’
그래서 그 친구가 거기서 행복에 대해 큰 교훈을 얻었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
다.
물건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소유물은 오히려 우리를 소유해 버린
다. 필요에 따라 살되 욕망에 따라 살면 안 된다. 욕망과 필요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사람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부처가 마지막 설한 유교경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만족할 줄 알아라. 만족할 줄 알면 항상
넉넉하고 즐거우며 평온하다. 그런 사람은 비록 맨땅 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편
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설령 천국에 있을지라도 그 뜻
에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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