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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슬프게 하는 것
내가 왔노라
그 어드매 도장을 찍고
왔다 가노라
짐짓 일러 줄 데가 없다는 것
거짓이 아닌 참이기 슬프다

사는동안 풀이파리 하나까지
눈물겹도록 시린 내 지기였지만
단 한마디 잘 가라는 말조차
응당 인색한 삼라만상이 아니던가

냉혹한 줄 알면서도
떠날 채비만으로도 눈 앞이 흐려져
그제보다 자주 헛디뎌 지는 발걸음

못내
큰 바위마다 아로 새겨진
저 많은 흔적들을 보라
왔다 가는 건 고사하고
풍화에 또 얼마나 삭힐런지

아서라
한 평생 두 눈에 어리는 것은
눈물 말고는 무엇이리

수정같은 눈물조차도
한 방울 받아 둘 데 없는
하 매몰찬 이 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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