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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한강 |  | |
| 어머니 이 땅을 낳아 기르며 지켜오셨다
핏덩어리 갓난아기 같은 물결을 안고
보릿고개 넘어 젖도 없는 젖을 물리며
휴전선 넘어 울부짖는 입을 막으며
그렇게 숨죽이고 살아온 세월이 있었다
어머니, 한강, 한 때는 한숨이 된 적이 있었다
낮 익은 침략자들의 노략질에 몸 뺏기고
목숨까지 잃어버려 원한의 상처 가득한
구천(九天)의 강처럼 흘러간 적이 있었다
어머니, 한강, 한 때는 무덤이 된 적이 있었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념과 사상의 책에 갇혀 총칼로
금수강산 활활 불태워버린 적 있었다
어머니, 한강, 한 때는 감옥이 된 적이 있었다
구둣발과 쇠뭉치 가진 독재의 억압과 구속과
노동자의 분신자살과 최루탄과 물고문으로
시위와 저항의 파도 만들어 흘러간 적 있었다
어머니 한 때 쓰레기 난지도가 된 적이 있었다
부정과 비리로 가득한 투사들이 모여 들어
오염과 공해로 숨 못 쉬고
흙속에 파묻은 돼지처럼 썩어간 적이 있었다
우리들은 그 시절 난장이였다
키 작은 사과나무였다
담벽에 붙어 있는 담쟁이였다 손과 손을 묶어서
세상의 담을 넘어가려고 한 적이 있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이 땅에 뿌리 단단하게 내려넣고
폭풍의 계절 피하자고 낮게 낮게 보다 더 낮게
고개 숙여가며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게
낮 대신 어둠속 빛을 좇는 나방이 된 적이 있었다
어머니, 한강, 태풍 불어 오고 장마 지고 다리 무너지고
마음과 몸을 다 쓸어가버리는 물길속에서
우리들은 떠내려가지 않게
언제나 헤엄칠 준비를 해야했으므로
우리들은 약속했던 저 담을 넘어야 했으므로
어머니, 한강 이제 쓸어버려라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바닥까지 뒤집어 엎어버려라
불을 들고 행진하라 저기 저 넓은 동해 바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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