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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눈.3
폭풍이 잠든다 하여
잠자는 침묵속에 침잠할 수 있을까
세상 등지고 잠든 할머니의
두 눈을 보지못해 외면하는 흙속에도
폭풍 할퀴고 간 흔적 살아 있을까
흙한 삽에 바람 한 점,
흙한 삽에 아버지의 삼키는 눈물 맺히어도
폭풍은 끝내 침묵으로 다가오고
산까치들 늙은 소나무의 솔방울을
구르르 구르르르 울리고 있었다
차라리 너 울울한 울림으로 산을 돌아
허물어진 가슴녘을 후려쳤으면 좋았을 것을
폭풍도 아닌 너는
할머니 덮은 잔디에 내린
이슬보다 작은 눈으로 허망하게
산까치 좇는 초췌한 뒷모습만 지켜보고 있었지
너는 흙 한줌 속 헤치고 이듬해 돋아날
제비꽃의 전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할머니 훌쩍 떠나가신 길
바람 한 점 없이 울렁이는 뒤산길
휘휘 돌아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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