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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 위에 앉다. 물 위에 눕다
길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길은 너의 몸을 향해 나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저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바퀴 달린
둔중한 쇠뭉치들이 다니는 길은 분명 있건만
발바닥뿐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아무데도 없다
너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저 위험한 벼랑의 길
목숨을 걸어놓고 가야 하는 가파른 길
허공을 건너 뛰어 너의 몸을 건너 뛰어
물 위에 앉는다 물 위에 눕는다
물이 던져주는 빛과 물이 부딪히는 소리
뽀족한 쇳조각들이 쑤셔놓은 벌집의 벌처럼 튀어나와
날아다니며 눈을 찌른다 귀를 찌른다
물 위에 오래도록 누워 물을 가졌다
물,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상처다
물, 길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상처다
물, 내가 너에게 상처다
물, 고요한 수면을 흔들어 놓고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돌덩어리 바위덩어리 같은 눈빛이 상처다
쇳조각 가득 들어있는 나의 입이 상처다
상처 속에서 구데기 같은 말이, 언어가 들끓는다
네가 건네준 너의 몸을 다 읽지도 못한 채
너의 가슴을 갈대처럼 흔들어 놓았다
너의 머리를 심장을 음부를 무덤처럼 파헤쳐 놓았다
출렁이는 물 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누워 있었다
내몸에서 썩은 송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내가 너에게 지독한 상처가 되었구나
물 위에 앉아 내가 흔들린다
물이 너의 몸이라고 생각하자 물의 살갗을 찢고
뼈안으로 들어가 본다
환멸과 몽환 사이의 경계
피고름 가득한 곳에서 내가 녹아버린다
상처로 얼룩진 우물 깊은 곳에서부터
분열되는, 분해되는 내가 너에게 상처다
너를 제대로 다 읽지 못한 채 너의 몸이 떠나가 버린
물 위에 앉아 있었다 물 위에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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