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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떠난 후
장마 질 무렵에 그대 도라지 꽃밭에 왔었지요. 흰색과 보라색 한데 어울려
피어있는 세상 보러, 투명한 흰 빛에 취하다가 흰빛에 섞여들지 못하고
외롭게 피어있는 보라색 꽃에게도 눈길 주었지요. 그 때 왜 눈물 쏟았는지
지금도 모를 일입니다. 아마 내 맘에도 장마진 때문이겠지요. 나 여태 흰
도라지 꽃 되고 싶어 멍든 가슴 숨기며 살았지 싶습니다. 그대 불리지 않던
내 이름 나즈막히 불러주기 전에는, 가만히 손 내밀어 보라빛 가슴 어루만
지기 전에는, 장마 끝난 후에 결국 보라색 그 꽃잎마저 울먹이며 내 가슴에
뛰어든 일 일어나고 여린 꽃잎의 들썩이는 어깨 감싸 안고서야 내 눈에 어
린 눈물자국 연보라빛이라는 것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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