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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외박 |  | |
| 폭양(暴陽)을 가르고
원자력병원을 향해
느리게 걷고 있던 사십줄의 한 사내가
질식된 아스팔트길 위에서
사금파리 숨결을 지닌
피리소리를 줍는다
시장에서부터인가 떡봉지 하나가
강아지처럼 쭐레쭐레
사내의 손끝에 매달려
스걱거리는 휘파람을 불더니
주인의 가슴팍에서 삐져나오는
피리소리를 듣는다
보아하니 자네 안사람도 여기 왔군
여기는 암 환자만 살고 있다네, 필리리
수 없는 주검이 잉태되어 도시를 빠져나가고
지난날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님들은
잦아드는 생명의 심지를 돋우려고
이곳에서 낮 밤을 지세우는 걸세, 필리리
피리소리를 줍기 전부터 그 사내는
뿌옇게 흐려지는 하늘위로 펼쳐지는
춘향전을 보고있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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