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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다 |  | |
| 흰 사슴 발자국을 따라가면
어드런 정경이 나타날까
저기 벼랑 위에 피어난 꽃은
실은 눈물 속에 피어난 꽃,
오십 년 수도한 남루한 도인은
시체의 향기 마시고 살아온 생,
죽은 것들을 살리는 능력에
천년 전 동굴 속 해골들을 깨워
전설의 마당 멍석에 앉혀놓고
사람들 앞에서 긴 포옹하게 하였다
높은 벼랑에서 떨어지거나
국경선 가까이 불타는 강물로
늘 타오르고 싶어하는 어떤 영,
혼을 빼앗을 듯 소매자락 길게 떨쳐
어제도 부르고, 오늘도 부르고,
내일도 부르는 쓸쓸한 저 노래, 악마의 시,
누런 먼지 일어나는 모래폭풍 속을 달려
눈보라 휘몰아치는 들판으로 홀로 나간,
곧 자기 목이 잘릴 운명을 아는 무녀는,
그래도 매일 황량한 숲으로 걸어나아가
천애고아 허무의 춤을 홀로 추어대었다
비를 부르는 저 소리, 저 몸짓,저 처절,
길게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 끝에는
늘 흰 나리꽃 향기가 묻어있어라
그렇다. 너는 허공을 난도질하는,
칼 끝에서 튀어오르는 불꽃의 춤,
번개치는 들판을 가로 질러 달려온,
폭풍노도, 까맣게 잊혀진 시대이더라
징검다리 건너 뛰며, 닫고 ,솟고 ,꺼지는,
흉내낼 수없는 꿈,자연,자유, 모험,위험,
날으는 꽃의 진화, 날으는 교실의 신화,
태어날 때 보다 푸르러진 몸짓이어라
저 안개짙은 골짜기 인식할 수가 없어
저 피어나는 은방울꽃 감촉할 수 없어
여기저기 덤불 뒤서 한숨 쉬고 있을 때
그 때 숲속 빈터 어디선가 휘익하고
푸른 수염의 사형집행관이 나타나
사방에 망나니 칼을 쓰윽하고 휘두르니
고독의 몰입, 상상의 범죄 ,사랑의 환락,
정념의 낭비, 나태의 검은 나락에 빠져
자기와 가정과 나라를 잃은 오랜 방황,
그녀의 뻔뻔스러운 목을 댕겅하고 자른다
그리고 무심히 그녀의 시신을 거두어간다
근처에서 잠자던 핼쓱한 거지 부랑아들,
우르르 몰려들어 그녀의 잘린 목에 걸린
금붙이십자목걸이 서로 가지려 빼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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