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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의 한계?
고중숙의 사이언스크로키

얼마 전 한 TV 프로가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이른바 초능력자들의 도전을 받았다. 조건은 아주 단순했다. 주최쪽과 도전자가 서로 합의한 상황 속에서 초능력이라고 인정될 현상을 보여주면 된다. 그러나 프로가 막을 내릴 때까지 단 한 사람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나아가 이런 결과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껏 초능력이라고 주장한 여러 현상들은 초현상에 머물렀을 뿐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한번도 말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동안 등장한 초능력이란 것도 별 새로울 게 없었다. 투시, 공중부양, 손 안 대고 물건 이동하기와 숟가락 구부리기(또는 부러뜨리기), 다우징(수맥찾기), 자석인간, 전기인간 등 오래전부터 내려온 레퍼토리들이 연출방식만 조금씩 바꾼 채 되풀이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예전에 그랬듯 이번에도 실패로 끝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오히려 어찌해서 그토록 얄팍한 속임수들이 아직도 명맥을 이어오는지 불가사의한 현상인 듯했다.

여러 종류의 자칭 초능력자들에게도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로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초과학적이란 점을 강조하는 한편 초월적인 영역 안에서는 어떻게든 ‘과학적 설명’을 내놓으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숟가락 구부리기의 경우 ‘염력’(念力)이라는 가상의 힘, 즉 물리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초과학적 개념’을 내세우면서 이 힘 때문에 구부러진다는 식의 ‘과학적 설명’을 한다. 둘째로 단순히 취미생활 정도로 끝나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 결국 그 능력이 경제적 목적과 결부된다는 점이다. 사실 첫 번째의 공통점은 두 번째의 공통점을 위한 전주곡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초능력을 믿고 거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도록 유도하려면 ‘신비로움’과 ‘신빙성’이라는 상호 모순적인 속성을 어떻게든 한데 모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그 초능력들은 뭔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초능력이 그럴싸해도 정상적 상식이 있는 일반인을 현혹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현재의 과학기술로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노력을 다 거친 사람들의 경우 한 가닥 지푸라기와 같은 신빙성만 있더라도 붙잡으려고 한다.

자칭 초능력자들은 과학의 한계를 자주 들먹인다. 그것을 넘어서는 곳에 초능력이 있고 과학으로 불가능한 것을 초능력이 이뤄주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과학의 한계는 곧 초과학의 한계다. 오늘날 일상에서 과학적으로 이미 검토되지 않은 현상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인류 역사 이래, 특히 근세 이후 엄청나게 많은 자연현상을 많은 과학자들이 탐구해왔다. 그들의 관찰을 빠져나가 아직 일상에 흔히 떠돌 현상이 있다고 볼 확률은 거의 없으며, 극단적인 자연현상이나 정교한 실험장치 안에서 드물게 관찰될 뿐이다. 예전에는 어떤 새로운 사실이 발견·발명·해명되었더라도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특허나 노하우 등 일시적 비밀로 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세상에 널리 알려 선취권을 얻고자 한다. 이런 정황에 비춰볼 때 과학보다 초과학의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되새겨야 한다.

고중숙 ㅣ순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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