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설스턴
영국의 분자생물학자·유전학자.

스승 시드니 브레너와 함께 선형동물 카이노르하브디티스 엘레간스(Caenorhabditis elegans)에 관한 선구적인 실험 연구를 통해 프로그램화된 세포의 죽음, 즉 세포의 ´자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한편, 세포의 자살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nuc-1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다. 2002년 영국의 분자생물학자·유전학자 브레너, 미국의 생물학자·유전학자 H. 로버트 호비츠와 함께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군목(軍牧)인 아버지와 영어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현미경으로 작은 동물들을 즐겨 관찰하고 죽은 새를 해부하면서 생명체의 메커니즘에 일찍이 눈을 떴다. 1963년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한 뒤 디옥시리보 핵산(DNA)의 화학적 합성에 관한 논문으로 같은 대학교에서 박사학위(1966)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솔크 생물학연구소에 적을 두고 박사후과정으로 전(前)생물화학(prebiotic chemistry: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탐구하는 화학 분야)을 연구했다(1966~69). 1969년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브레너가 이끌던 케임브리지의 영국의학연구협회(Medical Research Council/MCR) 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팀에 합류했다. 이후 워싱턴대학교의 보브 워터스톤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C. 엘레간스의 유전자 지도를 밝혀냈으며,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어센터(Sanger Center) 초대 소장(1992~2000)으로서 국제 인간 게놈 계획에 기여했다.

브레너가 이끄는 연구팀에 들어갔을 때, 그가 본 C. 엘레간스는 아주 간단한 생명체였다. C. 엘레간스는 투명하고 길이가 약 1㎜밖에 안되는, 조그만 무명실 조각처럼 보인다. 박테리아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피도 뇌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고등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기능을 많이 갖고 있는 ´모델 체계´였다. 그는 이후 30여 년 동안 이 벌레의 생물학과 유전학에 매달렸다. 이 암수한몸의 벌레가 그에게는 모든 생명체를 환히 들여다보는 창문이 되었다. 그는 이 암수한몸의 C. 엘레간스 유전자를 낱낱이 파헤쳐 수정란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알아내고 싶었다. 또한 신경과 근육을 갖게 되는 과정을 확인한 다음에는, 행동이 신경계에 어떻게 전송되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실제적인 작업에 들어가, C. 엘레간스를 죽이지 않고 냉동시키는 방법을 최초로 찾아냈다. 그 덕분에 흥미로운 돌연변이들을 잘 보존할 수 있게 되어 훗날의 연구에 큰 보탬이 되었다. 또한 C. 엘레간스의 DNA 양을 어림잡아 인간의 1/13로 계산했다. 이 계산은 거의 정확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어 포름알데히드 증기 속에서 C. 엘레간스를 냉동 건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신경계의 일부 화학성분이 형광을 띠게 함으로써 C. 엘레간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이것이 죽을 때 어디로 신호가 집중되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C. 엘레간스의 투명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수 렌즈가 장착된 초록색의 낡은 독일제 현미경으로 그 발달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교과서에는 벌레는 필요한 세포를 모두 갖고서 부화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그의 관찰로는 새로 부화한 일부 애벌레의 신경세포는 성충의 57개에 크게 못 미치는 15개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애벌레를 소량의 박테리아 위에다 올려놓았다. 꿈틀거리며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C. 엘레간스는 오로지 먹이와 성교에만 관심을 두는데, 대개 암수한몸이므로 알을 낳기 위해 움직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이 투명한 벌레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발달 과정을 관찰했다. 10개의 신경세포가 금방 생겼다. 이렇게 해서 그는 1주 만에 C. 엘레간스의 복부 신경세포의 발달을 추적할 수 있었고, 냉장고 야채 냉각기의 양상추 밑이 이 벌레에게 최적의 장소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유전자의 지시에 따라 세포가 움직이고 때로는 죽기도 한다는 사실을 살아 있는 동물에게서 최초로 관찰했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의 정상적인 성장은 물론 암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에게 훗날 노벨 생리학·의학상의 영예를 안겨 준 발견들은 바로 이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그는 동료 2명과 함께 성충이 갖고 있는 모든 세포의 계통을 분류함으로써 부화 순간부터의 발달 과정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과학자로서의 명성과 영국 왕립학회 회원의 영예를 안기까지는 한 고비가 더 남아 있었다. C. 엘레간스는 투명하므로, 투명한 포배(胞胚)에서 배(胚)가 성장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가능하기는 하나 실제로는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독일의 한 연구팀도 이 배를 관찰하려고 고속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해 몇 해째 씨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료들은 이 장비를 구할 수 없었다. 마침내 1980년대초 그는 맨손으로 당대 최고의 장비에 맞섰다. 그는 현미경 끄트머리에다 거미줄처럼 가는 실로 십자선을 두른 다음 C. 엘레간스를 바로 그 밑에 살짝 올려 놓고 배의 발달을 관찰했다. 18개월간의 관찰 결과 그는 C. 엘레간스 세포가 포배가 발달하는 14시간 뒤에 모두 만들어지고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포는 모든 성장 단계에서 분열하고 사멸했다. 그는 모든 세포의 시공간적 발달 과정을 지도로 작성했다. C. 엘레간스가 아닌 다른 복잡한 동물이었다면 이 같은 지도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지만, 성장·학습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변화를 보이는 대부분의 동물과는 달리 C. 엘레간스는 모두 똑같은 성장을 보인다. 그는 수정란에서 성체의 959개 세포에 이르기까지 C. 엘레간스의 모든 세포 분열을 연구하기 위한 기법을 개발하고, 발달 중인 신경계의 세포 계통을 1976년부터 공식 발표했다. 그는 그 세포 계통이 균일하다는 것, 즉 모든 C. 엘레간스가 똑같은 세포 분열·분화 프로그램을 따름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발견의 결과로서 그는 세포 계통에 있는 특정 세포들이 프로그램화된 세포의 죽음에 따라 늘 사멸하며 살아 있는 유기체에서 이를 모니터할 수 있다는 엄청난 발견을 일궈냈다. 그는 세포가 자살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세포의 자살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 nuc-1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했다. 그는 또한 죽음의 세포의 DNA를 퇴화시키는 데 nuc-1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단백질이 필수적임을 보여 주었다. 그가 C. 엘레간스 배의 계통을 완전히 밝혀낸 1980년대초, 유전자를 밝혀내는 기법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유전자를 밝혀내려는 노력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는 단 1개의 유전자를 밝혀내는 데만 3개월이 걸리는 엄청나게 힘든 작업이었다. 그는 문제를 컴퓨터로 해결하기로 하고 영국의 DNA 전문가 앨런 쿨선과 함께 C. 엘레간스의 DNA를 1만 7,000개의 중복되는 조각으로 쪼갠 다음 서로 다른 조각을 낱낱이 확인하고 어떻게 중복되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2년 뒤 C. 엘레간스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기에 이르렀다. 1989년 그는 동료 쿨선, 워터스톤과 함께 자신들이 작성한 유전자 지도를 약 1m짜리 대자보로 공개했다.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던 일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2001년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기 전까지 W. 올든 스펜서상(1986), 다윈 메달(1996), 로젠틸상(1998), 에든버러 메달(2001)을 비롯한 많은 상을 수상했다


by http://preview.britannica.co.kr/spotlights/nobel/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