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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낯선 하루
몸이 녹진거리고, 아파서
하루 쉬기로 하고
우선 낮잠을 자기로 했어

이윽고 뿌연 꿈길로 잠겨들 즈음
바람을 타고 꼬리가 긴 소리가
도로쪽에서 물결처럼 밀려왔어

배추가 있고 무우가 있다는 거였는데,
먹거리를 장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자꾸만 따지듯이 악을 쓰며
저렇게 다가오는 정체는
이럴 때 사야지 덕을 본다는 것을
강조하는, 흰색 등산모를 눌러 쓴
코가 잡작한 사십대가 끌고 다니는
일톤 트럭인 거야
누워있어도 알 수 있지

그는 한 손으로 차만 몰고
저렇게 맛갈나게 떠드는 건,
녹음된 확성기가 자동으로 외쳐주거든
지난 여름 수해 때
사람들이 지쳤거나 말았거나
똑 같아, 저 쉰 목소리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흐느적거리며 기어오는
저 트럭 위에는 지금 온통
가을볕이겠지,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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