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초가을 날의 오후
잿빛 구름이 지상에 넉넉하게 물을 뿌리고 간
잡초가 부쩍 무성해진 초가을 일요일 오후
아직도 선잠 깬 햇볕이 선선한 갈바람과 함께
옥상 누런 빛 긴 빨랫줄에 널어져 있는
눅눅한 이불이며 갖가지 빨래 말리기에 여념 없었다.

아침나절 시댁에 오던 길에 재래시장에 가서
한 무더기에 천 원 세 무더기 산 오이를
일명 소박이김치 담그기 위해
시어머니께서 옥상 한쪽에 심어 정성스레 키운
부추를 한 소쿠리 베어 와 깨끗이 다듬어
갖은 양념과 까나리 액젓으로 버무린 속을
삼등분해서 끝 부분 조금 남기고 십자로 배 가른 다음
굵다란 소금 살살 뿌려 놓았던
오이를 한번 씻은 후 가른 뱃속에 듬뿍 넣었다.

그사이 시어머니께서는 손자 손녀와 함께
정육점과 슈퍼를 다녀오신 듯 했다.
소박이김치를 담그고 뒷정리를 다 한 다음
거실로 들어 와 보니
아이들은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고
오랜만에 작은 며느리가 해주는
김치 부침개가 드시고 싶으셨는지
돼지고기를 한 근 정도 되게 갈아다가
싱크대 위에 슬며시 올려놓으셨다.

그 어느 장 맛, 향기, 빛깔
삼대가 어울려 사는 것만 하랴
오래 묵힌 장보다 정녕 구수하고 향기롭고 고운 빛이
대대손손 한 지붕 아래에서 모여 사는 것 같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