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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의 일기
주인 노부부와 우리 식구들 깊은 잠을 자는 시간
나는 운동화를 신은 채로
안마당 들 마루에 날개 접은 새처럼 웅크리고 앉았다.

희미할지언정 대문 밖 마당에
가로등 하나쯤 있으면
더 멋진 밤 풍경이었을 텐데 하며
슬레이트 지붕 너머를 올려다본다.
오늘밤은 흐린 탓인지라
큰 감나무 꼭대기에 달마저도 걸려 있지 않았다.

가끔 들쥐나 다람쥐가 부스럭대며 다니고
산새가 울어 줄만도 하는
어두컴컴한 산골 외딴 집인데
고요함을 깨우는 것은 오로지
살갗 서늘해진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대는 나뭇잎
그리고 집 앞쪽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이중주뿐이다.
너무도 늦은 밤이라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이도 없어
대문간을 지키던 개마저도 잠을 자는지
제집에서 나오질 않는다.

짧게만 느껴지는 이 밤이 지나면
우리 네 식구는 다시 보금자리로 가야한다.
가슴에 따뜻한 추억 하나 간직하며 미련 없이 사라져야 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올 수 있겠지만
정말 괜찮다고 해도 아이들 감기 걸린다면서
우리에게 저녁나절 군불 땐 안방을 내어주고
차디찬 사랑방에서 주무시는
저 노부부를 또 만나 뵐 수 있을까? 하는 염려에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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