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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예쁜 꽃이 되고 싶지않다 |  | |
| 나는 예쁜 꽃이 되고 싶지않다
누가 내 곁에 오래 웅크리고 앉아
나의 눈동자를 응시하길 원하지 않는다
누가 잠깐 스쳐가는 바람결같은
나의 입술에 입맞춰주길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가을 저녁 강바람을 거칠게 맞으며
홀로 시들어가는 들꽃이 되려고 하니
거칠게 뛰는 자연의 심장소리 느끼면서
나는 생각하는 꽃이 되려고 하니
나에게 고운 옷을 애써 입히려 하지말라
이따금씩 바람이 새로 지어주는 옷은
오히려 삶의 본질 잊게 하는 거짓된 약속,
헛되고 헛된 세상 속에서 나를 지켜가고
순간 순간 험한 날씨를 맞서는 길은
오직 혼자의 갑옷을 걸치는 길이로구나
오히려 이미 단맛에 길들어져
좋은 것을 못알아보는 혀의 뿌리를 뽑아다오
오히려 이미 고운 것에 흐릿해져
시력을 잃은 나의 눈의 정욕을 앗아가다오
저기 밤나무 가지에 홀로 앉은 부엉이란 놈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구나
매일밤 알밤이 떨어지는 나무가지에 앉아
오래도록 한 곳을 응시하던 그는
숲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보고 있었구나
죽음의 골짜기에서 부르는 소리를
이미 훨씬 전에 듣고 조금씩 조금씩
그 곁으로 다가가 앉는 희뿌연 찬구름만이
인간의 마지막 친구 된다는 변함없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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