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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염난 여인 |  | |
| 화장을 하는 여인의 얼굴에 수염이 난다
얼굴은 절망을 읽은 공간에 턱을 고이고
두려움 감추려는 듯 벽속으로 스며든다
스며든 얼굴이 벽의 베일(veil)을 치고
바깥에 있는,
모래시계 안에 갇힌 시간들을 응시한다
그것들은 투명한 전갈이 되어
제 살같은 모래를 집어 삼킨다
탈출을 위한 모진 삶의 노래가 시계 안에 가득하다
바라다 본 허공은 가슴이 뚫려 신음한다
그곳으로 부터 십자가가 흘린 피같은 햇빛이
수직으로 강하하고,
주름진 이마같은 지평선에선
눈 먼 불새가 기다란 눈썹 그리며 비상(飛上)한다
슬픔처럼 낮달이 하늘로 솟는다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은 저 홀로 춤을 춘다
증발된 심우도(尋牛圖)가 남긴 소 울음소리만
비애의 장단을 흐느낌으로 맞추고 있다
소리가 일러준다
과거의 모든 성스러운 의식(儀式)은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 머물러 주지 않는다고
이미, 신(神)마저
외로움으로 몸부림 치는 시각이 되었으므로
죽음은 전공간적으로 사치스러운 질병이 되고
결국, 그래서
모든 것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 되었다
그 피할 수 없는 시간들로
얼굴 가꾸는 여인은
이제
수염이 하나도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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