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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가을의 닻을 올리다
그녀에게 던져 놓은 닻을 끌어올리고
나의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풀어놓으면
낯선 세상으로 달아나고 싶다는 표정으로
스르르 망망대해로 미끌어져 가는
저 가을과 가을빛
분명 나를 닮은 것 같은데
아마 열일곱 아니면
열여덟부터 시작되었는지
그 때 나는 섬을 건너가고 있었거나
그 때 나는 그녀를 건너가고 있었거나
그 때 나는 평평한 바위 언덕에 앉아
붉게 노을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거나
견딜 수 없이 바다 깊은 곳에서부터
파도 대신 푸른 가을빛이 불어 오고 있었고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래 사막이 사방으로 둘러쳐져 있었는데
그 때 나는 그녀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거나
그 때 나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고 있었거나
아니면 그 때 붉게 핀 꽃을
찾아 헤매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산사의 풍경 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어디선가 고독을 등에 진 낙타가 나타났다
낙타는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바다는 가을에 기대어 울고 있었다
가을 빛에서 소금기 많은 물기가 흘러내렸다
그 물의 층계를 따라 내려 가노라니
가을을 닮은 그녀의 출입구에 닿는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두 손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결심한다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든지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든지
그래서 금이 간 슬픈 사랑처럼
나는 눈을 감고 가을을 건너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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