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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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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 바람 그리고 안개가 되었으므로 |  | |
| 내 곁을 떠나 뒤돌아서 가는 그대
잠시라도 잊지 못하여 밤새도록 그리움에
하늘도 이리 저리 뒤척이더니 이제
쉬지 않고 저렇게 비가 오고 바람 부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불어오는 저 비와 바람은
사실 내가 슬쩍 몸을 바꿔
그대에게 더 빨리 더 먼저 다가가고 싶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 분명한 것이니
그대 문을 열고 나와 우산도 쓰지 말고
태어날 때 벌거벗은 그 순수의 모습으로
소나기 같은 나의 끈적끈적한 눈길에
온몸을 다 맡기고 같이 흘러가기를
폭풍 같은 나의 숨결에 그대 고운
머리카락 미친듯이 흩날리는 것을 보기를
내가 그대에게 가다가 혹시라도
이른 가을 때 이르게 떨어지는 나뭇잎 있거든
그대 부서진 마음인줄 알고 주워 간직하리라
그대 나를 만나 눈을 맞추고 있을 때도
그대 나를 떠나간 것은 아닐까 걱정하였더니
앞산의 짙푸른 숲도 안절부절 못하고
저렇게 흰 옷 입은 안개 잔뜩 불러온 것이다
새벽부터 누구보다 먼저 일어난 저 안개는
사실 내가 몸을 바꿔 그대 속으로
슬쩍 사라지고 싶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니
그대 저 안개 숲으로 사라지면서 내가
따라갈 수 있는 발자국 흔적만 남겨 놓기를
너를 사랑한 순간부터
나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니 몸을 바꿔
너의 곁에 늘 무엇으로 가 있으므로
여기 있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내가 오늘 너를 너무 그리워하다가 사랑하다가
비, 바람 그리고 안개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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