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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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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기 바람의 전선을 끊어라 |  | |
| 가을 하늘 높이 맞닿은
우듬지 나뭇가지
흔들어 깨워
우거진 잎새
우스스 떨구어
마당에 내던져진
휩뜬 눈동자
부르튼 입술
차르르 쓸고 가는
부스스한 얼굴로
다시 한 번 혼자
깨어나게 하는
바람의 손이여
너를 본 사람마다
혹 얼굴이 검다 하고
혹 손이 검다 하는 까닭은
있던 것을 없게 하고
젊은 것을 늙게 하고
살아있는 것을 죽게 하는
거짓된 힘 때문
너, 가을 바람
잔뜩 지푸린 얼굴
심술궂은 표정
이겨낼 재간이 없어
고인 웅덩이 물빛조차
사방 두리번거릴 때
저기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 63빌딩 ,
가을 하늘
가장 가까운 곳 일하는
녹색작업복의 전기공이
둥둥 뜬 에드벌룬에
얼굴 바싹
날 선 뻰치 치켜들고
바람의 전선을
뚝뚝 끊어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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