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나의 방 붉은 개미에게 |  | |
| 늦은 밤 집에 돌아와 굳은 표정의
방문을 열고 손을 뻗어 불빛을 불러와서
문설주 사이에 가로놓인 나무를
넘어가려다 그만 놀라 멈춰 선 박제된 나와
나의 의지에 무관하게 방을 밟은
잘려진 나의 발과 어디에서 몰려왔을까
방안에 가득한 붉은 개미떼와
어떤 놈은 의자에 어떤 놈은 침대에 걸터 앉아
들을 것도 없이 떠들어대는 TV 뉴스를 보고
어떤 놈은 컴퓨터 인터넷을
음란한 눈길을 주며 들여다 보고 있는데
방안으로 들어오려는 나의 그림자에게
놀라지도 않고 정중하게 요청을 한다
이 곳은 원래 우리가 먼저 집을 짓고
살았던 곳인데 그대가 우리 집을
허물고 수십년 간 편안하게 살아왔으니
이제 옛주인인 우리가 이 방을 접수할테니
그만 이곳을 조용히 떠나달라고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거라고 예상하였지만
무너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태연한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하는 나
저 붉은 개미들과 매일 전쟁을 치룰 것인가
조용히 무릎 끓고 물러날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하면서 머리를 굴려보다가
나는 여왕개미에게 면담을 신청한다
그녀에게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며
나의 권리를 강력하게 행사할 것을 전달한다
그녀의 붉은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방안의 불이 꺼진다
촤르르륵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이 땅의 역사가 화면 가득 흘러간다
3.1, 4.19, 5.18, 6.25, 8.15, 10.26, 12.12 ......
필름 다 돌아간 영사기 멈추고 불이 켜진다
방안에는 눈물의 강이 가득 흘러간다
그대와 나 오랫동안 이 곳에서
같이 동거하며 살아왔으니
싸우며 얼굴 붉히는 일 없기를 바란다
나, 그날 밤 여왕개미를 안고 잠이 들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