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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 이 책의 저자는 결코 시장의 기능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가 시장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곤 단지 ‘네 자리를 지켜라’하는 것뿐이다.

물론 노동시장과 소비자 시장을 비교하면서 노동시장이 야기하는 ‘인간소외’ 현상과 소비자 시장이 반영하는 ‘일그러진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마르크스의 우려를 되새기지만 마르크스가 그러했듯이 저자 역시 시장의 기능성만은 인정하고 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사회의 전 영역에 미치는 시장의 힘이다.

시장은 가정도 ‘합리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학교도 ‘경제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정치 역시 시장의 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무엇을 하느냐가 어떤 사람을 만드느냐를 결정한다”는 명제는 이 책의 기본명제이자 이처럼 시장이 영역을 무시하고 판치는 현실에 대한 경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시장의 저주를 막아내고 인류를 구해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처음부터 사회적 자본이라는 답을 향해 치밀하게 자신의 견해를 펼친다. ‘치밀하게’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답을 정해놓고 가는 길이기에 저자에게 길은 순조로워 보인다.

도덕심 함양의 중심단위인 가정을 토대로 하여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사회 공동체가 시장의 월권행위를 막아내는 열쇠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타심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절대적 믿음으로 이러한 주장을 펼친다. 순조롭지만 ‘경제적’ 논의도 살펴보는 저자의 균형잡힌 시선에서 우리는 저자의 믿음에 일순간 동조하면서도 이러한 믿음이 어쩐지 욕망과 이기심이라는 또 다른 ‘우리’의 본능 앞에 무력해 보인다.

경제적 ‘난쟁이’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욕심을 조금 버리고 그만큼 사회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은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다시 잠들기까지 각종 상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환상을 심어준다. 환상은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는 마약처럼 우리의 갈증을 감질 맛 날 정도로만 해소하고 더 큰 욕망으로 이끈다.

그래도 이 책의 매력이자 강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상품이나 생산요소 대신 ‘인간’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물건보다는 ‘인간’으로 대접해주기를 원할 것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약간 용기와 희망이 샘솟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우리의 조그만 용기가 당장 ‘난쟁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지만 ‘난쟁이’의 자식들을 행복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미래의 일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코웃음치고 있다면 이런 확률을 따져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나의 자식, 그리고 또 그 자식들이 평생을 난쟁이로 살아가면서 거인이 되려고 거인과 어울려 놀다가 거인들의 발에 밟힐 확률과 ‘우리’ 난쟁이들이 스스로 난쟁이임을 인정하여 목소리를 울려 모두가 똑같은 인간의 자격을 얻을 확률, 이 두 가지 확률을 정확히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다시 불안보다는 희망이 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나의 독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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