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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소록
본서는 ´고사관수도´를 그린 조선 초기의 선비화가 강희안이 저술한 국내 최초의 본격, 전문원예서이다. 본서에서는 강희안이 재배하며 알게 된 꽃과 나무의 특성, 품종, 재배법이 자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본서는 그리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고풍스럽고 깔끔하게 디자인된 외관의 본서는 두꺼운 표지에 할애된 부분을 합하더라도 220페이지가 채 안되는 얇은편에 속하는 책이다. 게다가 내용의 반은 양화소록의 한자 원문이기 때문에 실제 내용은 110장 남짓 된다. 따라서 본서에 수록된 꽃과 나무는 모두 16종으로 대단히 간소하다. 여기에 더하여 괴석, 즉 특이한 형태를 가진 바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본서에 수록된 화초는 모란, 작약, 석류, 소나무, 대나무 등 흔히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강희안의 생존시기가 외국의 품종을 도입하기에 무리가 있던 때이기도 하지만, 강희안이 추구하던 바는 화려하고 희귀한 품종의 화초를 기르며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흔한 것들이라도 손수 비료를 주고, 가지를 치며, 잔병을 제거하여 재배하면서 자신을 더욱 잘 바라볼수 있는 시각과 사물과 동화할 수 있는 투명한 마음을 닦는 것이었기에 지극히 평범한 화초들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본서의 특징은 단순한 원예서를 넘어서는 심오함이 겸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꽃과 나무의 재배법만이 수록되어 있다면 본서의 가치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시의 원예기술이 현재에 비해 못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만큼, 단순 원예서로서는 전문적 연구가들이 가지는 고문헌 정도밖에 가치를 둘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본서에는 조선조 고매한 선비의 우아한 기상이 들어있다. 한품종 한품종의 설명에도 단순한 외관의 설명이 아니라, 사서가 인용되며, 왠지 완고하고 까다로우면서도 푸근한 할아버지의 옛이야기 같은 정감있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특히 사군자와 관련된 설명에는 선비들이 느끼는 사군자만의 매력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본서의 가장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마지막의 대화 부분과 여러 선비들의 추천사인데, 대학의 ´사물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를 인용하여 답변하는 대화편은 잔잔한 감동과 흥취를 준다.

마지막의 원문부분은 전공자들에게는 값진 자료가 될 수 있으나, 비전공자들이나 한자에 대한 문외한들에게는 불필요한 지면의 할애라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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