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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지나의 여성영화산책 |  | |
| 도서관에서 일하다보니 책 접근도가 매우 높음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빌려갔던 책들이 카트에 가득 꽂혀 있는 걸 물끄러미 쳐다보며 요새는 사람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바라볼 때가 있다.
내 허벅지보다 두꺼운 것만 같은 법전책들은 일단 제쳐두고 보노라면 간간히 영화와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띈다. 영화시장이 커지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에 발맞춰 평론 역시 풍부해진 것 같다. 슬라예보 지젝도 많이들 빌려가고, 김기덕 평도 간혹 눈에 밟힌다. 그 많은 책들 중에, 오늘은 이 책을 집어들었다.
여성영화산책.
´남성 판타지로부터의 탈주´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은, 요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느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유혹이었던 셈이다. 유지나 씨는 영화의 시선이 누구의 시선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그 특유의 썰을 풀어나간다.
반드시 올바른 텍스트만이 가치있는 것이 아니라, 허접스레기같은 텍스트조차 반면교사 혹은 현실의 반영으로의 가치가 있음을 이 책은 잘 말해주고 있다. 여성이 피사체로만 존재하지 않는 영화는 그렇게, 여전히 지배적인 남성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는 또 그렇게 풀어가고 있다. 세심한 눈으로.
세상 모든 것들이 어느 일방적인 결정론적 관계로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영화와 세상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세상의 반영이지만, 또한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시선 그대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유지나 씨는 수십편의 영화를 살펴보며 나름대로 무딘 칼날을 휘두르는 배려를 하고 있다. 백 가지의 가치없는 면보다는 한 가지의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필법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작가의 필법을 통해서도, 온전하게 여성의 주체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영화라고 평할 수 있는 것이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은 딱 그만큼 현실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와 세상은 닮은 꼴이기에 그건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그 모양이라는 말과 다를게 없다. ´왓 위민 원트´의 멜깁슨 정도로만 거칠게 여성을 이해해도 감지덕지해야하고, ´조폭마누라´의 신은경 조차도 결국 임신한 배를 움켜쥐며 모성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그런 세상.
여성주의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저 심심한 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책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추론가능한 추측이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특정 성의 지배적인 시선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선 ´동등한´ 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선을 바꾸고 내 몸이 담궈져 있는 세상을 보기가 주저된다면 우선 영화를 달리 보길 바란다. 그래서 연습이 된다면, 이제 영화속 세상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길. 그러면 아마 많은 것들이 달라져 보일 것이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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