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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락방의 베토벤 |  | |
| ˝내게 강같은 열정! 내게 강같은 열정~! 내가 강같은 열정 넘치네--. (할렐루야!)˝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다락방의 베토벤´이란 제목이 퍽 유치하게 느껴졌다. ´나야말로 진정한 악성이오´라고 이야기하는 그저 그런 휴먼스토리가 아닐까 했던 것. 그러나, 첫장을 펼쳐들고 그 장을 다 읽었을 때 함신익이 내뿜는 열정에 매료되어 불평은 눈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마이스트로 함. 그는 예일대학 심포니 음악감독이자 KBS 교향악단 객원지휘자,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달랑 200불만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지휘자 수업을 받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인생행로를 멋들어지게 소개한 자전적 에세이다.
가난한 목사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교회 반주를 위해 피아노를 배웠던 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음대진학을 고심했던 사춘기, 뒤늦게 건국대 피아노학과에 입학해 밤낮없이 담요가 둘러쳐진 피아노방에서 연습하던 대학시절, 그리고 지휘로 전공분야를 바꿔 유학길에 오르기까지의 일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그가 살아온 삶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순간순간 짜릿한 전율을 선사하는데, 이런 사람이 적을수록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는 ´귀챠니스트´에게 그의 삶은 가히 홍콩 무협 영화나 다름없다. 하늘을 날고, 땅을 가로지르며, 대나무 위를 살짝 살짝 걷기까지하는 배우와 이 사람이 뭐가 다르랴.
그의 홍콩배우 뺨치는 생활은 결혼 후 달라진 삶에서 절정에 이른다. 도서관에서 토막잠을 자고, 틈만 나면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몸을 혹사시켰던 그는 결혼 후 분에 넘치는 호강을 누린다. 그 황홀감을 어떻게 표현했나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젠 식사도 더 이상 대충대충 때우지 않아도 되었다. 데워먹을 수 있는 용기에 잘 밀봉한 수프며 김밥, 샌드위치! 아내가 정성들여 싸준 것들을 학교의 공용 냉장고에 넣었다가 허기를 느낄 때마다 하나씩 꺼내먹으면 왠지 주위 사람들이 나를 다시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대충 먹고 대충 입고 다니며 악착같이 공부만 챙기던 저 친구가 처지가 달라졌다고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것만 같았다.˝ (본문 88쪽 중에서)
주위 사람들이 자기만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과대망상이지만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그동안 얼마나 피폐하게 살았으면 풍요로워진 먹거리가 그토록 자랑스럽고 뿌듯했을까. 헐벗고 굶주리며, 결혼 후에는 아내의 내조를 받아가며 노력한 결과 그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좌절을 모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함신익. 그가 지나왔던 젊은 날의 라이스 교정은, 이스트만 깁스 거리는 이 책에 고스란이 담겨 있다. 지독히도 고난에 찬 여정이었고, 예수의 세 가지 시험처럼 불가능한 사건의 연속이었으나 그는 시험에 빠지지 않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잠시 숙연).
어쩌면 그렇게 온 힘을 다해 한 길로 매진하는지 날 때부터 하늘은 그에게 마르지 않는 열정을 선물한 것만 같다. 열정 하나만으로 지휘자가 된 억척 유학생에게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너무나 뻔한 삶의 이치를 배운다. 진리는 가까이에 있으되 진리 안에 거하는 자는 심히 적다는 예수의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 최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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