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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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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교에서의 반나절 |  | |
| 아이들이, 그가 꿈을 키우며 자라던 곳
정문은 굳게 닫쳐 썰렁한 기운만이 감돈다
지금 이곳 앞마당 운동장에는
이름 모를 갖가지 들풀이 자라 씨앗을 바람에 흩뿌리고 있다.
정문만 굳게 닫치지만 않았더라면
이 들풀들처럼 아직까지도 아이들이
꿈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을 것인데
그가 여덟 살 먹어 들어가 여섯 살이 더 먹도록 다녔던 곳이다
안이며 밖이며 아직도 건장한 꿈의 집
하지만, 이제는
거미만이 집을 늘려가며 제 살 궁리를 하고 있다
후문 쪽 페인트가 벗겨진 허름한 창고 옆 담벼락에는
아이들의 때가 잔뜩 묻은 나무 책상과 의자가 수북이 쌓여
비를 맞고 눈도 맞으며 썩어가고 있고
그 옆 변소에는 시커멓고 큼직한 모기떼가 진을 쳐
도저히 볼일을 볼 수가 없다
쉼의 공간이던 놀이터에 기구들은 녹슬 대로 슬어
만질라치면 갈색 가루가 손에 잔뜩 묻는다
폐교를 둘러싼 몇십 그루의 은행나무
아이들 꿈을 대신해 자라고 있는 것일까
가을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잘 자라서는
가을을 맞아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는 구린내를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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