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시, 죽음 |  | |
| 출구가 없는 무력감, 혹은 검은 꽃이
가득한 인생의 정원에서 볼 수 없는
눈과, 말할 수 없는 입과, 느낄 수 없는
마음은 우울한 바다 위에 단단한 줄로
그악스레 묶인 서글픈 부표(浮漂)를 닮았다.
육신으로부터 너무 동 떨어진 어떤 정신의
배경에는 언제나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삶이,
맑고 깨끗한 무감각을 도둑처럼 꿈꾸고 있다.
한 생각을 끌어가자면, 모든 물질적인 구속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영혼에 있어 얼마나 달콤한
희열인가.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폐허는
얼마나 성(聖)스러운 장소인가.
대상이 없는 사랑은 그 자체로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다운가.
욕망이 입을 다문 자리에 짧았던 순수함의 호소가
자리한다는 것은 얼마나 충만한 일인가.
세상의 덧없음을 탓하는 것보다, 무망(無望)한 자기
자신을 더 일찍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죽음에서 떨어져 나오는 빛없는 하늘 아래,
검은 망또에 감싸인 떠난 사람들의 장소에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나를 지우고 싶다.
아, 가득 차오르는 깊은 밤 속에서
누군가 지나가며, 제발
나를 보지 않기를.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