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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서(엮음시)
제주에서 청주 오는 비행기를 타려
제주 공항에 들어와 잰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코앞에 놓인 처음 듣는 이생진 시인을 알게 되었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바라만 보는 바다가 아닌 배타고 비행기타고 온 바다
난 이생진 시인의 바다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난 이생진 시인의 팬이됐지

나는 똥구녁이 찢어질 듯 설사똥을 누으며
이생진 시인의 닿을 수 없는 성산포 대신
몇 시간만 있어도 몸의 열기를 빼앗아
몸살만 직사게 앓게 한 서귀포를 떠올렸다


날다람을 타고 훌쩍
구름을 지나 제주에 내려
죄의 눈물 아롱진 한라산 숲길
에워 돌아 서귀포에 왔네

바람에 쓸리는 풀 포기마다 배어 있는
百祖一孫의 뼈아픈 숨은 외침
오늘은 붉은 승리의 함성으로
오름마다 감격의 용암을 뿜어낸다

파도에 쌓이고 조개의 눈물로 다져진
지층 위에 줄띄우고 바닷물의 역사를 되짚는데
철썩철썩 스미는 짙은 바람에
뭍에서 온 촌놈의 몸은 천근 만근

그래 이렇게 승리하는 날엔 축배를 들자
독한 쐬주로 몸의 독기를 빼내자
오늘 술은 내가 마셨는데
바다가 하늘이 붉게 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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