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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 |  | |
| ˝모든 그림은 점에서 시작한다˝
미술 시간 내내 하얀 도화지만을 노려보고 있는 아이. 많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선생님은 베티에게 어떤 것이든 좋으니 한 번 시작하라고 부드럽게 권유하고, 베티는 도화지 위에 연필로 점 하나를 딱 찍고 그림을 제출한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그런 베티의 그림을 멋진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둔다. 말없이 자신의 ´점´을 바라보던 베티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저것보다는 멋진 점을 만들 수 있을거야´ 하면서. 베티는 수많은 점을 그려낸다. 수채물감을 사용해, 갖가지 색깔의 점을 만들고, 넓은 도화지에 큰 점을 그리기도 하고, 색칠을 하지 않고도 커다란 점을 만들기도 한다.
베티의 그림과 조형작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파란색,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등 수많은 색깔들이 어우러지고 섞여서 만들어낸 커다랗고 부드러운 둥근 점은 수많은 정서를 전달한다. 봄날 햇빛처럼 포근한 느낌, 가을날 부는 바람처럼 서늘한 느낌, 달콤한 초콜렛 케이크를 먹는 듯한 느낌... ´색깔´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수많은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베티의 작은 점이 발전되는 과정은 기적과도 같다. 연필로 찍은 작은 점이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된 예술 작품이 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베티의 자신감과 그것을 끈기있게 후원해준 선생님의 노력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은 교사와 부모의 간섭이 아니라 칭찬인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와 부모라면, 베티같이 도화지에 점만 찍어 제출한 그림에 최하점을 매기거나 아니면 다른 그림들을 흉내내도록 강요했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지겨울 수밖에 없다. 모든 그림은 결국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다.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아이의 몫이다.
어른들은 ´교육´과 ´평가´라는 미명아래 아이들의 상상할 자유와 표현할 자유를 빼앗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그림 그리기´가 얼마나 신나고 자유로운 자기 표현의 장인지를 이야기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의 그림 숙제를 ´도움´이라는 명목으로 대신 해주는 부모라면 베티의 발전을 보고, 아이들의 잠재력과 상상력을 믿어주었으면 한다.
- 류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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