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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자벌레
그림책의 구성 요소는 글과 그림이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각각 독특한 매력이 있다. 짧게 요약되는 줄거리는 간단하다. 재치있는 자벌레(몸에 눈금이 그려진 ´자´벌레다)가 배고픈 개똥지빠귀의 먹이감으로 잡혔다가 재치있게 탈출하는 이야기. 많은 옛이야기의 구조 그대로다.

이 이야기가 독특한 그림책으로 거듭나게 된 첫번째 이유는 시선을 확 잡아끄는 그림에 있다. 자벌레, 나무, 새, 홍학... 멋진 동물들이 개성 넘치는 콜라주 그림으로 살아난다. 하얀 여백에 갈색, 초록색, 분홍색, 연두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하나하나가 액자에 담아두고 싶을 만큼 단정한 아름다움이 있다.

게다가, 이야기는 글 속에만 갇혀 있지 않다. 개똥지빠귀의 표정, 몸을 꼬물거리며 길이를 재는 자벌레, 그리고 ´앗!´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마지막 2~3 페이지까지. 그림을 보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게다가, 글은 얼마나 가볍고 리듬감이 넘치는지. 상황에 대한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하고 깔끔하게 사건으로 집중하고 있다.

작은 자벌레가 개똥지빠귀에게서 몸을 피하는 방식 역시 웃지 않을 수 없다. 자연계에는 먹이사슬이 있고, 크든 작든 모두 그 일부분에 속한다. 작은 자벌레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나는 방식이 ´정면대결´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정도의 측면 공격이라면 고수라 할만하다.

슬그머니, 개똥지빠귀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자벌레. 마지막 페이지 끄트머리에서 꼬물꼬물 기어나가는 자벌레를 볼 때 약자가 강자를 골탕먹일 때 느껴지는 통쾌한 쾌감이 전해진다. 작다고 해서 우습게 봐선 절대 안될 일. 1961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고, 1960년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의 좋은 책에 선정되었다. - 류화선


by 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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