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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1
˝주체적인 여성들의 도시, ´피플´˝
1995년 ´ PEOPLE- 편의점 사건´을「윙크」에 처음 발표되었던 이래로 10여년 간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되었던 ´PEOPLE´ 연작이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많은 만화들이 여성을 소재로 삼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진경의 작품처럼 ´여성만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흔치 않다.

´피플´ 시리즈는 캘리포니아의 C-town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렇다, 게임 ´피플´이 아니다) 20세기 초반 멀티 프루트 주스로 유명해진 이 마을은 몇 번의 변화를 겪으며 예술가들과 자립성을 가진 여성들이 모이는 ´여성공동체 도시´가 되었다. 지은이는 이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양한 중, 단편들과 컬러 에스프리 등으로 자유롭게 여러 지면에 발표해왔으며, 이를 정리해 묶은 것이 바로 <피플> 단행본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애니, 맥스 등의 C-town 주민들은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손으로 결정할 줄 아는 주체성을 지녔다. 일상과 주변에서 갈등을 겪지만, 결국 해답을 자신의 안에서 찾아낼 줄 아는 슬기로움을 지닌 것. 자신의 행복을 송두리째 남자에게 맡기거나, 오로지 남자로만 갈등하는 그런 인물은 이 마을에 없다.

일반 만화 단행본보다 훨씬 큰 노트 크기의 책에는 이진경의 힘있는 펜선과 유화나 색연필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원고가 연재 당시의 컬러로 실렸다. 만화의 기본 문법에선 한참 벗어나, 마치 전위 예술가의 일러스트나 콜라주처럼 보이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개성 넘치는 그림과 이야기는 한 번 휙 넘겨버리기 보단 두고두고 뒤적여봐야 제 맛이다.

이처럼 개성 넘치고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작가를 꾸준히 지켜봐줄 연재 공간이 없었다는 것은 한국 출판 만화의 비극이다. 뒤늦게라도 단행본으로 자신의 모습과 자리를 찾게 된 <피플>이 뜻있는 이들에게 널리 읽히길 소망한다. - 조선영

by 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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