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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 |  | |
| 어렵더라도 한시 감상해 보지 않을래?
초등학생에게 한자(漢字)도 아닌 한시(漢詩)를 가르친다? 지나치다고 할는지 모르겠다. 한자로 제 이름이라도 겨우 쓰면 다행일 성싶은 것이 우리 아이들의 한자 실력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책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정민 지음·보림 펴냄)는 너무 앞서간 느낌이 든다.
하지만 꼭 그럴까? 아이들의 수준만 고려한답시고 어른 기준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아닐까? 혹시 아이들은 그 정도쯤은 하고 있는데, 어른들만 어렵다고 미리 막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기야 지은이인 정민 교수도 이 책을 초등학생인 아들 벼리와 중학생인 딸 마루를 위해 썼다며 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굳이 한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를 쓰면 이상한 울림도 생겨나고, 마음속에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잖니?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시를 썼을까? 대부분 지식인들은 한자로 글을 짓고 썼단다. 시도 한자로 지었지. 너는 아직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하니까 한시는 네게 조금 어려울 거야.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단다.˝
이 책은 우선 한시를 소재로 하여 시문학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어 오히려 아이들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짓는가, 시는 어떻게 감상하는가 하는 친절한 입문서로 더 맞춤하다. 조선 중기 시인인 이달의 ´무덤에 제사 지내는 노래´를 감상해보자.
˝흰둥개가 앞서 가고 누렁이가 따라가는 / 들밭 풀 가에는 무덤들이 늘어섰네 / 제사 마친 할아버지는 밭두둑 길에서 / 저물녘에 손자의 부축 받고 취해서 돌아온다.˝
싯구절을 얼핏보면 무슨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지만 정 교수는 시속의 풍경을 그림으로 떠올려보며 감상해보자고 권유한다.
그러면 이 시는 손자의 부축을 받고 있는 술 취한 할아버지의 모습과 풀 가 무덤, 그리고 제사라는 단어를 갖고 의미를 짜맞추면 왜 아버지는 없고, 산이 아닌 풀 가에 무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아들의 산소에 성묘하러 왔다. 무덤에 돋은 풀을 뽑고, 술을 부어 한잔 따라주고 나니까 죽은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차마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하루 종일 무덤 옆에 앉아서 속이 상해 술을 마셨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한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시에 대해 모두 열 아홉 개의 이야기를 한다.
△말하지 않고 말하는 방법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진짜 시와 가짜 시 △다 보여주지 않는다 △연꽃에서 찾는 여러 가지 의미 △저 매화에 물을 주어라 △사물이 가르쳐 주는 것 △새롭게 바라보기 △의미가 담긴 말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는 그 사람과 같다 △치마 위에 쓴 시 △계절이 바뀌는 소리 △자연이 주는 선물 △울림이 있는 말 △한 글자의 스승 △간결한 것이 좋다 △물총새가 지은 시 △아비 그리울 때 보아라 등.
특히 이 책은 예로 든 시를 설명하면서 시인들이 살았던 사회 문화적 배경까지 꼼꼼하게 설명함은 물론 시를 이루는 미학의 원리를 찬찬히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아는 만큼 보고 아는 만큼 즐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어른들이 보아도 썩 괜찮을 시문학 입문서이다.
한편 이 책은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 보림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인문교양 시리즈´인 ´진경문고´를 시작하면서 그 첫 번째 책으로 나왔으며, 책 속에 나오는 한시를 원문과 함께 우리말로 정갈하게 번역문을 담은 부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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