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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 |
| 과학으로 풀어보는 복잡한 세상
“인간에 관한 과학이 자연과학을 포함하게 될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과학도 앞으로 인간에 관한 과학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 두 과학은 머지않아 하나의 과학이 될 것이다.” (칼 마르크스)
과학이 미술과 음악, 경제학, 사회학과 만나 지(知)의 콘서트를 연다. 과연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아주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과학이 인문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의학 등과 함께 빚어낸 유쾌한 연주와도 같다. 자연현상 연구는 과학의 몫이고, 인간 연구는 인문사회과학만의 몫이라는 구분 짓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은 색다른 지적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을까, 토크쇼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일까, 바하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들에는 어떤 공통적인 패턴이 있는 걸까, 복잡한 도로에서 왜 내 차선만 진행이 느린 걸까, 산타클로스는 하루 만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세계 어린이에게 모두 돌릴 수 있을까 등등.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은 가졌을 평범한 질문들과 호기심들에서 자연과학적 원리와 논리를 발견한다.
전체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경쾌한 과학의 교향곡에서 지은이는 학제간 벽을 허무는 종횡무진의 지식여행을 떠난다. 드리핑 기법으로 서양 회화사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 잭슨 폴록의 그림들은 카오스 이론과 만난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음악들, 이를테면 바하와 비틀즈의 음악에서는 거의 대부분 1/f음악(음폭이 변하는 빈도수가 정확히 주파수에 반비례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서태지의 헤어 스타일이나 아프리카 전통촌락에서는 프랙탈 구조(세부구조들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구조와 유사한 구조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현상)를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이런 글쓰기는 제3악장에서 절정에 이른다. 백화점 설계에 숨어 있는 자본주의 심리학을 발견하고, 복잡성의 과학을 통해 기존의 경제학에 도전하는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며, NASA의 과학자들이 증권시장에 대거 진출해서 활약하게 된 이유를 밝힌다. 복잡한 도심에서는 차선을 바꾸지 않는 게 좋다고 가르쳐주는 교통물리학은 더욱 새롭다.
이 책은 지은이가 후기에서 언급했듯이 언뜻 보기에 모순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세상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일 만큼 좁다고 이야기하면서(케빈 베이컨의 게임),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 세상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물리적으로 계산한다. 프랙탈 음악이나 잭슨 폴록의 그림이 아름다운 것은 1/f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1/f 구조를 가진 파레토의 법칙은 사회적 불평등(80대 20법칙)을 정당화하는 논리라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왜 이런 모순된 주장을 하는 걸까. 그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자연과학(물리학)이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고 나름대로 인간 사회에 내재된 법칙을 발견하고 설명하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이 책의 전체 악장을 일관되게 하나로 묶는 복잡성의 과학, 카오스 이론 때문이다. 한 기상학자가 우연히 발견한 카오스 이론은 보통 ‘초기 조건의 민감성’(북경의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 뉴욕에서는 태풍이 분다) 때문에 생겨난 것인데, 쉽게 말하면 법칙이 존재하긴 하지만 초기 조건에 너무 민감해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말한다.
지은이는 이 카오스 이론에서 21세기 과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그래서 사회 현상 역시 자연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을 과학 콘서트 내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이다. (박정철/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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