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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바지 돌려입기 |  | |
| 방황하는 이들 모두 길을 잃는 것은 아니야
분명 이 청바지는 신축성이 좋은 스판 소재의 청바지이리라. 재활용 옷가게에서 구입했으니 여러 번 빨아 적당히 물이 빠져 세련된 색깔을 갖고 있기도 할 것이다. 누가 입어도 맵시가 나는 청바지. 빼빼 마른 티비가 입으면 여성스러워지고, 통통한 카르멘이 입으면 쭉쭉 빵빵 슈퍼모델 같아지는 바지다. 이 마법의 바지를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여름방학동안 1주일씩 돌려 입기로 한다.
임산부 에어로빅 반에서 만난 엄마들 사이의 인연으로 태어날 때부터 친구가 된 네 명의 소녀들.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로 떨어져 여름방학을 보내게 되지만 청바지를 돌려 입으면서 편지를 주고 받는다. 물질적으로는 청바지가 여행을 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아이들 사이를 오가는 것은 그들의 믿음이다.
마냥 즐겁기만 할 것 같은 여름방학이지만 그들에게 장미빛 인생은 오지 않는다. 티비는 오래된 친구와 새로 사귄 친구 둘을 잃어야 하고 카르멘은 아버지에게 생긴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레나는 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할아버지 가족이 절친한 이웃과 불화를 일으키는 사건을 만들게 되며 브리짓은 축구 캠프에서 처음으로 순수한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다.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따뜻하게 손 붙잡아 줄 또 다른 자신, 친구들이 있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청바지를 돌려 입었던 이 네 명의 여자아이들처럼 말이다. 어린시절의 친구들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으랴. 짝사랑부터 시작해 선생님 몰래 자율학습을 빼먹기, 옆 학교 남자아이(혹은 여자아이)들과의 미팅, 무수히 많은 ‘첫’ 경험을 우리는 사춘기 시절의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추억은 오랫동안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각 장마다 시작되는 중국속담이나 저명인사의 인용어구가 감동의 깊이를 한층 더해준다. 이 책의 저자 앤 브래세어즈는 이 작품으로 북엑스포 아메리카에서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오래된 친구와 청바지는 모두 몸에 맞아 편안하고 자신을 잘 이해해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오래 전, 세 명의 친구와 노트 하나를 마련해 돌아가면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름방학때 이루어야 할 것 10가지나 시시껄렁한 삼행시, 공책에 바둑판을 그려 수업시간에 오목을 두었던 흔적도 있다. 카르멘, 티비, 레나, 브리짓의 사춘기가 한 장의 청바지에 남았듯, 나의 사춘기는 한 권의 노트로 남았다. 별로 슬퍼할 것도, 기뻐할 것도 없으면서 매일 매일 심각했던 나이. 그 시절 친구들은 버팀목처럼 늘 든든하다. 그렇게 우리들 마음의 키는 한 뼘 더 자란다.(고지혜 gomgom@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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