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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켄슈타인 |  | |
| 사랑받고 싶어했던 괴물
이 소설은 사람은 자기가 처한 환경에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아담에게 일말의 일반적인 애정만이라도 갖고 있었더라면 행복했던 집안이 몰살당하는 일만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점이다.
온 정열을 쏟아서 만들어낸 자신의 창조물이 드디어 생명을 갖고 눈을 부스스 떴는데 왜 혐오감을 느껴야 했는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가 만들어 놓은 사체가 아니었던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재료를 구해오고 바느질(?)까지 했을 텐데 실험의 최종 목적이었을 ´생명 불어넣기´가 성공을 하자 심한 환멸감마저 느껴 그의 아담을 피해 달아나다니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의 행동은 조금 납득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괴물의 고백이 더 절절하게 들려왔던 듯싶다. 괴물은 사람들에게 쫓기고 매를 맞는 과정에서 남의 눈에 보이는 곳은 일체 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 따뜻한 가정을 밤낮으로 들여다보면서 말을 배우고 글을 깨치고 세상이치를 알게 된다. 그만하면 무척 똑똑한 괴물이다.
괴물의 고백은 소설의 전반적인 짜임새가 엉성한 중에서 무척 감동적인 대목 중에 속한다. 인간이 갖춰야 할 지성을 쌓아가게 되면서 괴물은 괴로워하게 된다. 괴물의 고뇌는 그때로부터 시작된다. 아무런 의식없이 햇빛을 대하고 어둠을 맞을 때는 몰랐던 것이 하나의 인격을 가진 존재로 인식되면서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을 갖게 된 것이다.
사람은 그 창조자로부터 사랑을 받는데 왜 나의 창조자는 자신의 피조물조차 사랑하지 않는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인식이 되면서 그에겐 비교적 착한 사람에게조차 철저히 고립된 자신의 처지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추위나 더위 같은 건 사실, 괴물이기에 당연히 견딜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것 같고 괴물이 가장 견딜 수 없는 일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가끔 내게도 괴물과 같은 고뇌가 생기곤 한다. 왜 나의 하나님은 같은 피조물 중에서 나를 유독 덜 사랑하시는 걸까... 뭐 이런 식의 투정 같은 원망이 생겨 우울해지곤 하는데 괴물이 처한 환경은 이보다 더한 괴로움을 남기지 않았을까...
나는 잠시 프랑켄슈타인보다 괴물에게 더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이 유창하게 논리를 펼쳐가는 괴물의 말에 잠시 현혹됐듯(?) 나도 괴물의 아픔이 더 현실적인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흉칙한 짝을 만들어주면 멀리 달아나 숨어살겠다는 괴물의 청을 무시한다.
그의 결단의 이유는 이렇다. 괴물의 짝은 사전에 프랑켄슈타인과 거래한 약속이 없으므로 괴물의 조건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종족번식을 하게 되면 인간의 미래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잠재요소를 낳게 되는 일이 된다.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죽음 앞에서 그의 갈등을 충분히 이해했을까. 스스로 처절하게 목숨을 끊겠다며 돌아서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오히려 배신과 이기심에 가득한 인간의 내면보다 더 장렬하게 느껴졌다.
책 머리에는 이것이 인간의 광기로 일어난 일이라 했다. 물론 허구이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실험을 광기로 몰아넣기 보단 실험의 결과를 끝내 책임지지 못하는 인간의 몰염치가 훨씬 밉살스럽게 느껴졌다. 프랑켄슈타인이 입에 달듯 했던 말, 썩 꺼지라고 했던 말은 그가 해야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이 사는 사회에서 발붙일 거란 기대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프랑켄슈타인이 당장의 눈앞에서 멀어지는 것만으로 고통을 벗어나려 한 것은 여전히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다. 솔직히 이 소설은 그다지 공포스럽거나 흥미로운 요소는 덜 갖추고 있다. 단지 인간이 만들어내는 존재와 그 창조자 인간의 갈등이 빛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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