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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의 악몽 |  | |
| 크리스마스에는 음울한 유령들에게 초대장을!
성대한 크리스마스 만찬이 끝나 불이 꺼지고 사람들은 벽난로 주위로 모여든다. 향긋한 포도주와 기분 좋은 포만감으로, 아직 다 풀어보지 못한 선물들로, 저녁 내내 데워진 훈훈한 공기로 사람들의 볼은 저마다 발그레하다. 빨갛게 타오르는 벽난로와 은은한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만 남아, 그들은 이제 나른해진다. 성에가 잔뜩 낀 창 밖으로 흰 눈이 내리고 가끔 매서운 바람이 창을 흔들어대지만 오히려 집안의 아늑함을 더욱 깊게만 할 뿐. 이제,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일곱 명의 작가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해보자고 입을 모은 것 같다. 스크루지가 나오는「크리스마스 캐럴」로 이미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본보기를 만들어낸 찰스 디킨스도 이렇게 고백했다.
“아! 우리 가족은 난롯가에 모여 앉는다. 난로 위에서 익어가는 밤 향기를 맡으며, 나는 멋진 이야기들을 듣는다. 나는 귀 귀울여 듣는다. (중략) 우리는 서로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 그런데 좀 창피하지만 고백해야 겠다. 그 얘기들이 귀신 이야기였다는 것을. 고요 속에서 귀 기울이는 그 집중이란! 모두의 눈길에 반짝이는 그 믿음이란!” (p.217)
알퐁스 도데는 크리스마스 만찬에 대한 유혹 때문에 중요한 크리스마스 미사를 망친 한 신부의 이야기를 악동 같은 유머를 섞어 들려준다. 조지프 셰리던 르 파누는 크리스마스 무렵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종지기의 죽음과 한 음울한 방문자의 이야기를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 풀어냈다. 그리고 모파상은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랍시고 영화 ‘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연상시키는 악령에 들린 촌부의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풀어낸다. 모파상의 작품은 작가가 평생 고생했던 신경 질환이 빙의에 따른 발작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또 사실주의 작가 플로베르에게 사사받았던 모파상의 이력을 상기하듯, 여기에 나오는 보낭팡 박사는 빙의 현상과 그 치료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서술하면서도 시종일관 투덜대면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흥미로운 태도를 보여준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선과 악이 공존하는 놀라운 인물을 탄생시켰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여전히, 복잡한 인간 마크하임을 내세웠다. 크리스마스에 살인을 저지르는 이 사람의 이야기로 스티븐슨은 역시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얽힌 유년의 추억을 자유분방하게 회상하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은 장담컨데, 가장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행복하고 순수한 유년의 추억 속을 부유하던 그는 느닷없이 실화라는 이름으로, 죽음의 사자에 대해 이야기하며 순식간에 우리의 허를 찌른다.
너무나도 유명한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그와 비슷한 카미유 르모니에의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역시 소름끼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며 ‘우리들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 순간에도 얼어 죽어서 하늘로 올라가는 수많은 천사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사위어 가는 난로 불빛이 미처 다 비추지 못하는 구석 구석의 어둠이 두려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실물보다 몇 배로 크고 심하게 흔들리는 그림자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창문을 흔들어대는 바람 소리나 자그마한 삐걱거림조차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만찬에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한 불운한 유령들을 깨우고 불러들였으니, 그것을 감당해내는 것 역시 우리들의 몫이다.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에도 우리 주위를 끊임없이 서성대는 우리 안의 악, 죽음의 그림자, 철저히 소외 받는 이웃들. 어찌 삶이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처럼 동화 같기만을 바라겠는가. 경고한다! 그것을 알고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사람들만이 책을 펼쳐 음울한 유령들에게 초대장을 돌리기를. (윤정윤 phyllis0@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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