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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리데 |  | |
| 아치발트 필립 푸푸르에 관한 메모
+ 많은 기대를 하고 잡았는데 별로, 다 -_-
+ 그래도 표지는 멋있다 -_-;;;
+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은, 주인공 고양이인 프란시스의 주인인 구스타프의 유일한 그리고 절친한 친구인 ´아치발트´라는 자에 관한 부분. 옮겨둔다.
아치발트 필립 푸푸르는 자타가 공인하는 낙천주의자이다. 이 호인에게는 단 한 치의 비관주의조차 전혀 용납이 되지 않았으니, 그는 결코 슬퍼할 수 없고, 슬퍼하려고도 하지 않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치발트는 어디에 가든 어디에 있든 유행과 세계관, 그리고 삶의 기쁨에 관련된 일들을 스스로 나서서 찾아다니는 자였다. 이 호사스런 남자가 뭘 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현재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모두가 아치를 알고 있었고, 모두 언제든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치가 자신의 ´오, 너무나 멋진 인생´에서 해 보지 않은 일이나 가 보지 않은 곳, 할 수 없었던 일은 아마도, 아니 확실히 전혀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 케케묵은 시절의 추억인 뽀얗게 먼지 덮인 우드스탁 레코드판을 끄집어 내와서 달콤했던 자유와 낭만의 히피 시대를 회상한다고 치자. 짠! 하고 벌써 우리의 아치 군이 나서서 떠들기 시작한다. 그는 즉시 지갑 속에서 누렇게 바랜 축제 티켓을 꺼내들고 모두에게 자랑스레 보여준다. 믿거나 말거나, 젊은 시절의 아치가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에서 히피 동지들과 마리화나를 나눠 피우는 모습까지도 볼 수 있게 된다. 뮬론 전형적인 히피 꼬랑지 머리를 하고서 말이다! 내가 아는 한, 그가 롤링스톤즈의 ´Sympathy for the Devil´의 녹음 작업에 동참해서 우~ 우~ 코러스를 함께 불렀다는 것을 믹 재거가 직접 증언해 줄 것이다. 원시적 절규 요법? 그런 건 아치에겐 이미 오래 전에 경험했던 진부한 주제다.
그는 벌써 까마득한 옛적에 원시적 절규를 성공적으로 쏟아내었고, 윤회 체험을 통해 자신이 전생에는 발렌티노의 동성애 파트너였다는 것을 알았으며, 용케도 때맞춰 푸나에 도착해서 바그완 라즈니쉬의 가르침을 글로 옮겨 쓰게 했고, 그 결과 그 책들은 잘 알려진 대로 오늘날 밀리언셀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유기 비료만 사용하여 재배한 밀로 직접 빵을 굽기 시작한 최초의 농부 중 하나였다. 게다가 최초로 자연적인 피임을 위해 여자 친구의 체온을 직접 재었던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우리가 ´펑크´라는 말을 어떻게 쓰는지 배우고 있을 때, 놀랍게도 아치는 벌써 펑크 스타일의 모히칸족 머리 모양을 하고 나타나서 엄청난 양의 캔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대며, 본격적인 펑크 문화의 선두 주자가 되려 애쓰고 있었다.
누군가가 서핑하러 간다고 말을 꺼냈다면? 분명히 아치는 이미 말리부 해변으로 달려가 서핑 보드 위에 몸을 싣고 파도 위를 춤추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서핑 보드에는 비치 보이즈 멤버들 모두의 사인이 새겨져 있었을 테고 말이다. 크레타 섬의 히피 생활에서부터 맨하탄의 여피 스트레스에 이르기까지, 코카인을 질겅거리는 일에서부터 캘빈 클라인 청바지를 입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들과 그 이상의 것들을 아치는 이미 모두 경험했던 것이다. 다만 그가 1969년에 나사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달에 착륙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솔직히 내겐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중요한 건 아치가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놓쳐본 적이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그가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그가 경험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모두 환상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의 존재가 시사 잡지 편집자의 상상력에 의존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등을 돌리자마자 그가 공기 속으로 녹아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의심이 불가항력적으로 밀려오는 것이다.
+ 아치발트라는 인간에 대하여, 아치발트라는 인간에 대한 나의 입장에 대하여, 그리고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프란시스가 신뢰하고 사랑한 유일한 인간은 아치발트가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물컹물컹한 수박, 말하는 하마, 자족감에 빠져 있는 속물 돼지´인 구스타프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생각하다.
+ 아치발트는, 그도 어쩔 수 없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죽지 못해 그렇게 사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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