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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기술
말리지 마! 화내는 내가 너무 좋아!
“난 네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자랑이 아니라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나는 정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하하. 정말로?). 그렇게 칭찬의 말을 건네는 사람에게도 나는 얼마든지 똑같은 말을 돌려줄 수 있다. “너도 화낸 적 없는 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면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을 일은 천지인데 어째 화내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이 신기한 현상은 남몰래 산에 들어가 떨어지는 폭포를 맞으며 수행을 거듭한 결과가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화를 참는 공력을 늘여서 일 것이다. 그것은 ‘참지 뭐, 모두 내 탓이야’라는 기계적인 자책과 ‘잊자, 시간이 약이지’라는 나태한 처방과 ‘말이 안통해, 저 인간은 꼴통이야’라는 습관적인 방어의 반복이다.
우리는 화를 내면 나만 손해라는 느낌에,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는 시선에 둘러 쌓여 다만 화를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는 방법을 최선이라 여겨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누가 조금만 큰소리를 내도 어쩔 줄 모르게 되고 화를 꼭 내야만 되는 상황에서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이제는 “착하다는 소리, 인간관계 좋다는 소리 다 필요없어! 나 화내고 싶어!!” 정말 딱 그 심정일 때 「화내는 기술」이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저자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일본인이다. 조용조용,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겉마음 따로 속마음 따로가 너무나 당연한 조국에서 빈으로 유학을 가보니 교양 있고 지성적이라는 서양 사람들이 뻑하면 싸우더란 말씀. 그네들의 싸움은 단순한 댓거리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기술이었다. 자신의 권리를 위해 제대로 따지고 들고 이게 옳다싶으면 팥이 몇 알이네, 콩이 몇 쪽이네 하면서 부끄럼도 없이 화를 내더란다. 덕분에 철학을 배우러 갔던 얌전한 유학생은 그때부터 열심히 싸워보기로 했다. 그러고는 일본에 돌아와 싸우라고, 화를 내라고 우지짖고 다니길 15여 년, 그는 ‘싸우는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동안의 수행이 결코 헛되지 않은 자랑스런 표찰이었다. 책은 그가 자신의 화를 풀기 위해 싸워온 일화와 그에게 상담을 구하는 사람들의 편지와 사례가 함께 들어가 있다.

「화내는 기술」을 통해 화를 느끼고 키우고 표현하고 전하고 받아들이고 즐기는 기술을 전수 받는데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다. 이 책은 화는 쌓아두면 독이 되니 그때그때 화를 내야 된다고 부르짖는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기 싫어서 안낸다고? 사실은 상처받기 두려워서 좋게좋게 살고 싶다는 거지? 약을 올리듯이 우리의 폐부를 콕콕 찌르고 들어온다. 그는 확성기를 들고 세일물건을 선전하는 야채 코너에 가서 시끄럽다고 화내고 선의의 편지를 보낸 사람에게 너무 형식적이라고 화내고……. 그가 몸소 실천한 화내기 기술은 정말 그 통쾌한 방법들과 집요한 정신과 기괴한 이론 때문에 배꼽을 잡게 만든다. 때론 무모하기도 하지만 그는 절대 자신의 화내기를 후회하지 않는다. 화는 담아둘수록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면 독이 되어 쌓인다. 화를 내는 것은 에너지 낭비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책은 꼭, 반드시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 책표지에 끝까지 읽지 않으면 ‘책임지지 못함’이라는 경고라도 붙여야 될 것만 같다. 3분의 1까지 읽으면 복수계획, 앙심품기, 분노폭발 이런 단어가 마구잡이로 가슴에 숨겨두었던 칼을 갈게 만들기 때문인데 차츰 책의 진도가 나갈 수록 뭔가 가슴에 팍팍 와닿는게 분명 생긴다. 나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싶다는 거다(어찌 깨달음을 말로써 설명하리요∼).

왜 우리에게 화내는 기술이 필요한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얼핏보면 한국 사람들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화끈하고 앞 뒤 재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하며 내키는 대로 살고 있는 듯하지만 무시무시한 ‘화병’의 발병지가 또 한국이니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화병은 전세계 의학계에 보고된 질병으로 ‘Hwapyung’이라는 영어표기도 당당히 가지고 있다. 발병 원인은 천차만별이나 불안증·우울증·신체화증세를 호소하는 무서운 정신과질환이다. 틱낫한 스님의 「화」가 우리나라에서 대대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참으면 병이 되니 애써 태연한 척 하지 말고 사랑과 존중으로 서로에게 호소하고 간청하라는 틱낫한 스님 「화」는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야생 사자를 길들이듯이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화를 다스리는 「내 안의 화 다스리기」 등도 늘 만족할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화내는 기술」은 뭔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가장 이상적인 ‘화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마음껏 싸우고 다시 회복하는 방법을 들이밀면서 ‘아무리 조심해도 망가질 관계는 결국 망가지고 결코 망가지지 않을 관계는 아무리 심하게 다퉈도 다시 회복된다’는 말을 한다. 좋다. 그의 과격함과 같아질 순 없겠지만 따라해보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먼저 들어가랬다. 답답하고 화나십니까? 그럼 「화내는 기술」을 통해 여러분들도 한 건씩 올리시며 ‘화나는’ 용맹정진 이루세요! (김은선 kong@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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