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테오 리치
대항해시대, 예수회, 세계의 끝, 마테오 리치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은 16세기를 소위 ‘대항해시대’로 만들었다. 너도나도 아메리카를 향해 출발하면서 16세기 중반이 지나지 않아 아스텍과 잉카 제국은 유럽인들에게 정복당하고 말았다. 유럽인들의 관점에서 이제는 극동이 발견될 차례였다. 아메리카의 발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정복자들이라면 극동을 발견한 사람들은 선교사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예수회 선교사들이었다.
모든 게 바뀌던 16세기에 등장한 예수회는 이냐시오 데 로욜라가 결성한 새로운 신앙 운동이었다. 예수회는 1540년 인가 받았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군사를 자처한 이들은 대항해시대의 푸른 물결을 타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가장 말단까지 진출해 선교할 것을 맹세했다. 이들의 열정적인 선교 활동 덕분에 로욜라와 함께 예수회를 창설한 프란시스코 사베리오는 1549년에 이미 일본에 첫 발을 내디딘다. 사베리오는 두 달 뒤에 첫 번째 보고서를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이곳 일본 땅에서 우리가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된 일들을 알리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가 이곳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선량하며, 이교도들 중에서는 이곳의 일본인들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극동으로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들의 이런 시각은 아메리카와 극동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본국에 인식시켰다. 극동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들이 가장 먼저 현지 언어를 익힌 것도 이런 접근법과 무관하지 않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조공까지 요구했던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넓게 볼 때 대항해시대의 여파였겠지만, 16세기 동아시아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은 전쟁임에 틀림없다. 이 전쟁의 결과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명나라가 망하고 전국 시대가 끝나는 등 전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 그런데도 임진왜란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조선만이 아무런 변화 없이 넘어간 일만은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일본과 달리 조선에만 없었던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바로 예수회 선교사들이다. 1592년에 일본에 있던 세스페데스 신부가 고니시 유키나가를 따라 남해안 웅천까지 들어오긴 했지만, 이는 일본군 내 카톨릭 장병들을 위한 일이었다.

일본에 머무르던 세스페데스 신부 등은 중국 선교라는 목적 때문에 중국을 치겠다는 히데요시의 야망에 동조했는데, 그 당시에 이미 중국에는 예수회 선교사가 들어가 있었다. 그가 바로 1583년에 중국에 들어간 마테오 리치다.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는 조선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이기 때문에 그간 마테오 리치 관련서는 상당수 출간된 바 있다. 이번에 출간된 히라카와 스케히로의 「마테오 리치」는 동서문화교류사란 관점에서 마테오 리치의 생애를 다룬 전기다.

일본에 상륙한 스페인 선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인 마테오 리치 역시 한문을 배워 「교우론」, 「천주실의」 등을 직접 집필했으며 지도, 시계, 달력, 천문기구 등도 만들었다. 마테오 리치는 천주(天主), 아세아(亞細亞), 구라파(歐羅巴), 기하(幾何) 같은 단어도 창안했다. 마테오 리치는 “중국의 위대함은 아무리 보아도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납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일본에서 작성한 사베리오의 보고서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극동의 예수회 신부들은 이처럼 유연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바로 글쓴이 히라카와 스케히로다. 마테오 리치와 그의 시대를 9백 면 가까이 쓰는 일은 자기 삶의 많은 부분을 선뜻 떼 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은 30여 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됐다고 한다. 신앙을 위해 자기가 아는 세계의 그 끝까지 떠나간 사람들, 그 곳의 말을 배워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의 눈으로 대격변의 16세기를 바라보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독서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르코 폴로의 여행, 지리상의 발견, 종교개혁과 예수회 창설, 임진왜란, 천주교를 받아들인 실학자 등 세계와 우리 역사를 아우르는 굵직굵직한 주제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테오 리치를 단순히 선교를 위해 극동에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라고만 말할 수 없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김연수 larvatus@libro.co.kr/리브로)


by www.libro.co.kr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