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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여우
여우에게 가장 위대한 시란!
우선 이 책을 읽어주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우리나라의 문학 형태가 아닌, 일본의 ´하이쿠´라는 시가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짧은 단어를 조합하여 시를 만들어 내는 ´하이쿠´의 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에 실린 하이쿠를 읽어보면 뭐가 그리 대단한 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본의 그 미묘한 느낌과 음감을 번역으로 충분히 드러낼 수 없는 것이 종종 있는데, 시도 그에 속하지 않는가 싶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책의 작가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는 어떻게 하이쿠의 묘미를 영어로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내용을 살펴 보면 ´하이쿠´라는 짧은 시로 유명한 시인 바쇼가 버찌를 따러 갔다가 여우를 만나 내기-괜찮은 시 한 수 써주기-를 하게 된다. 내기에서 이기면, 즉 바쇼가 지어 올 시가 여우가 보기에도 괜찮다 싶으면 벚나무의 버찌를 다 주겠다는 것이다. 시인, 그리고 인간의 자존심이 걸리기도 한 문제였기에 바쇼는 아주 열심히 생각을 하고 또 해서 시를 써 가지만 도무지 여우의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마침내 여우를 만나 시를 읊을 기회가 한 번 밖에 안 남았지만 그 때까지도 바쇼는 좋은 시를 쓸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만남의 자리에서 바쇼가 즉흥적으로 지어낸 시에 여우는 감동을 하고 만다! 과연 어떤 시이기에...

바쇼는 여우의 설명-어찌보면 어이없고, 단순한 이유-을 듣고서야 좋은 시의 기준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우가 등장하기 때문에 좋은 시라니, 확실히 시든, 소설이든, 독자 자신이 작품 속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좋은 작품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일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들의 문화인 하이쿠를 등장시킨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 작가나 그림을 그린 화가 두 사람 모두 일본인이 아니라는 점이 독특하다. 조금은 낯선, 일본의 다양한 고전 의상이 등장하니 눈여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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