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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의 우리나무
나무와 함께 하는 우리 궁궐 산책
삭막한 도시의 회색과 콘크리트에 포위된 사람들은 이제 나무의 푸르름을 찾기 시작했다. 또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나무와 숲과 산을 찾는다. 최근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휴양림과 산림욕의 인기 폭발은 이런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나무를 찾는다. 하지만 나무를 만나기 위해서는 일단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 나무는 산에 있는 것이니까. 정말 나무는 산에만 있을까.
나무는 깊은 산속에도 있었지만 동시에 인간과 함께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도심의 궁궐이나 공원, 사찰과 문화유적지 등에도 아무 말없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궁궐의 우리나무」는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해온 나무들의 이야기다. 멀리 깊은 산속의 휴양림을 찾아 가지 않아도 도심의 한 가운데서 만날 수 있는 우리의 나무.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현재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덕수궁 등 우리의 궁궐에서 살고 있는 나무들이다.

지은이는 본래 나무의 세포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공부를 해오다가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 무령왕릉 관재를 비롯한 침몰선박, 옛 절의 건축재 등 주로 나무문화재의 재질 조사를 하면서 나무가 가진 역사적 의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소박하다.

“삶의 소용돌이에 지친 현대인들은 다정한 이웃으로 변함없이 남아 있는 낯익은 나무에게조차 별다른 관심을 가져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주위를 돌아보고 자연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여유라도 생긴다면, 나무에게 제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지금까지 살아온 기나긴 ‘나무살이’의 사연도 들어보고 싶어진다.”

이 책에 소개된 나무는 비슷한 종류까지 합쳐 모두 250여 종이다. 일러두기를 보면 나무를 선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는데, 우리 나무이고, 궁궐의 관람로 주변에 있으며, 여러 그루 중에서 그 나무를 대표하는 나무여야 하고, 5대 궁궐에서 많이 자라거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을 선정했다고 한다. 각 나무에는 일반 식물도감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생동감 있는 사진과 상세한 설명이 붙어 있다.

자두나무 너머 창경궁 홍화문의 모습과 그 위로 파란 하늘색이 마음에 꼭 드는 표지를 넘겨 머리말과 차례를 지나면 한 눈에 볼 수 있는 궁궐의 지도가 나온다. 이 지도에는 그 궁궐에서 소개될 나무가 빨간색의 번호순으로 표시되어 있다. 각 나무는 커다란 사진을 통해 나무 전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학명과 과명도 소개되어 있다. 상세지도를 통해서는 그 나무가 궁궐의 어디에 있는지도 보여준다. 나무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꽃, 열매, 잎, 줄기 또는 나무껍질을 사진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같은 종이거나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 나무들을 따로 모아 상세히 설명했다. 글쓴이와 만든이의 정성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이 책이 나무의 식생에 관한 자연도서일 뿐만 아니라, 나무를 통해서 본 우리 역사가 담긴 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모두 75종의 관련 역사서에 나오는 나무 이야기를 인용했다. 이를 통해 우리 민족과 나무에 얽힌 사연, 우리 역사서에 나오는 나무에 관한 내용 중 오역되거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정확한 내용들을 알 수 있다. 한 예로, 진달래는 남쪽 지방에서는 참꽃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했는데,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로 참꽃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진달래에는 진달래가 필 즈음에 닥치는 보릿고개의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좋은 점은 책을 직접 가지고 궁궐의 일반적인 관람 동선을 따라 걸으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98종의 나무들의 생태와 특징,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직접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우리 궁궐의 나무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가한 일요일 오전. 조금은 일찍 일어나 가까운 서울 시내 고궁에 나가보자. 가벼운 옷차림에 도시락도 하나 준비하자. 아, 그리고 꼭 챙겨야 할 책 한 권이 있다. 바로「궁궐의 우리나무」. 궐 안에 들어서면 우선 책을 펴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나무 중 맘에 드는 나무를 찾아 가면 된다. (박정철/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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