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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
살아있는 지구를 이해하라
플라톤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세계의 몸이 영혼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인간의 몸이 어디에서 영혼을 받게 되었다는 말인가?”

의문이 아니라 확신일지도 모르겠다. 무생물인 지구 역시 살아 숨쉬는 유기체라는 확신.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윤규상 옮김, 도솔)를 펴낸 마이클 J. 코헨 역시 플라톤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지구를 변호하는 데 책 한 권 전체를 할애한다. 마이클 J. 코헨 박사는 지구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지구물리학, 지구화학, 지질학, 지리학, 인류학, 생물학, 철학, 신학 등을 동원한다. 제1부 ‘자연은 살아 있다’는 지구가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현상을 보여주며 제2부 ‘일그러진 자연’은 점점 사이가 나빠지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시도한다. 방대한 자료와 글쓴이의 치밀한 분석이 책의 면면을 메우지만 그것뿐이라면 이 책의 가치는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지구가 살아 있는 존재임은 ‘가이아 이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의 장점은 모든 이야기가 글쓴이의 경험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의도적으로 숨을 참아 보았다. (……) 나는 계속 숨을 참으면서 지구의 실체와 내 자신을 분리시켜 보았다. 이제 나와 지구의 관계는, 호흡을 통한 접촉이라는 면에서는 분리되었다. 생명체가 처음 육지에 살기 시작한 4억 년 전부터 생물학적으로 확고하게 수립되어 있던 유전적인 관계를 일부러 단절시켰던 것이다. (……) 내 몸이 공기를 애타게 찾는다고 느꼈다.(……)결국 더 이상은 내 자신을 괴롭힐 수 없었다. 지구로부터 물려받은 생명 감각이 다시 숨을 쉴 것을 요구했고, 나는 그 명령을 따랐다.”

탐험대와 함께 뉴펀들랜드의 그로스 모르네 국립공원을 여행하던 중 마이클 J. 코헨은 숨을 참아 보는 우연한 행동을 통해 위대한 진리를 감지하게 된다. 지구가 적절한 수준의 긴장과 이완(tension-producing and tension-relaxing: T-R)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숨쉬는 것은 인간의 결정이 아니고 지구의 결정이라, 인간이 숨쉬지 않기로 결심한다 해도 지구는 의식을 잃은 인간을 다시 소생시킨다. ‘대지는 인류의 어머니’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균적으로 생애의 95퍼센트 이상을 실내에서 보낸다. 우리들의 습관과 경험은 실내 환경과의 접촉에서 생겨나고 실내 환경에 어울리게 프로그램 된다. 그렇게 눈, 비, 바람, 구름, 기온, 햇빛 등과 분리되면 그 생명 에너지마저 놓치게 된다는 게 글쓴이의 주장이다. 자연을 직접 느끼는 게 아니라 묘사된 자연을 느낀다는 것. 책의 제목이 「우리는 너무 오래 숲을 떠나 있었다」로 정해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숲으로 돌아가 어떻게 자연의 소리를 느낄 수 있을까? 코헨 박사가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그림 속에 그 답이 들어 있다.

오른쪽의 그림은 복합적인 디자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그림 속에서 흰 꽃병 아니면 두 개의 검은 얼굴을 볼 수 있다. 신기한 것은 꽃병을 보고 있으면 얼굴이 사라지고 얼굴을 보고 있으면 꽃병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두 형상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숲 속에서 땔나무를 보면 숲이 보이지 않고, 숲을 보면 땔나무는 사라진다. 하나의 형상에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 부분은 배경이 된다. 이 그림을 여러 차례 학습하면 그림은 하나의 습관적인 지각이 된다. 자연을 알거나 자연과 결부되는 방식 또한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상징화하고 감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교육은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돈을 벌고,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가 중요시되는 배경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것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헨 박사는 공자의 말로 자신의 주장을 결론짓는다. 즉, “참다운 지혜는 사물의 이름을 바르게 불러 주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 간략하게 말하자면 더 이상 실내에서 노닥거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자연과 함께 맘껏 뛰어 놀자는 권유다. 1959년 5월 8일, 카운슬링 직업을 그만두고 자연의 이름을 찾아다니고 있는 코헨 박사의 삶이야말로 책 속의 그 어떤 주장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다. 각 장의 끝머리에 붙인 ‘마음으로 지도 읽기’와 ‘경험해 보기’는 자연과 함께 뛰놀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독자들을 꼬드긴다. 밖으로 나가라고, 나가서 자연의 이름을 불러보라고. (김중혁/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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