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
주연 마이클 조던, 연출 나이키, 후원 미디어 테크놀로지
「마이클 조던, 나이키, 지구 자본주의」는 농구선수 조던과 다국적 기업 나이키가 어떻게 지구를 대표하는 문화의 생산자가 될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책은 조던의 개인사와 NBA의 역사, 그리고 나이키의 성장사를 역사적 시각에서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이라는 농구스타를 만남으로써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그들의 광고 카피처럼 그저 ‘그것(마이클 조던)’을 팔기만 하면 됐다. 에어 조던이라는 농구화 시리즈의 성공은 프리드로 라인에서 3m를 점프해 덩크 슛을 꽂는 조던의 이미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분석을 통해 이 책은 자본의 세계화 논리에 따라 전지구적 문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 획일화된 지구적 문화(미국문화)가 반대와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을 예견한다. 하지만 조던과 NBA 그리고 나이키가 지구인의 보편적 문화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과정을 조율하고 증폭시킬 힘이 필요했다. 지은이 레이피버는 그 힘을 범지구적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성장에서 찾는다.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나이키나 머독, 터너의 미디어 제국과 같은 혁명적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초국적 기업을 이해해야 한다. 시장에서 농구가 진화한 오랜 상업적 역사, 진화의 절정으로서 마이클 조던의 이력은 이 점에서 우리에게 유용하다.”

그 진화의 절정, 인간이 뛰어오를 수 있는 최대의 높이에서 바스켓을 향해 정점에 떠있는 에어 조던(그는 중력의 한계를 물리친 인간이다)의 나이키 광고는 인공위성을 통해 전세계인에게 극적인 이미지로 반복 노출되었다. 장대한 미디어 스펙타클의 연출. 마이클 조던은 그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조던=NBA=나이키’라는 등식을 만들어낸 미디어의 작동은 조던의 어두운 면까지도 상품화하고 노출시켰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이른바 ‘파우스트의 거래’. 아버지의 죽음, 도박에 연루되어 겪는 곤란, 야구로의 외도, 정치에 무관심하고 상업적인 인기에만 관심 있다는 비난 등 미디어는 그의 성공을 돕고 이용했지만 동시에 그의 사생활도 인공위성을 통해 남김없이 전세계에 송출했다. 조던을 자사 모델로 선택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던 나이키의 성장 이면에도 어두운 거래의 대가가 있었다. 나이키 운동화를 사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청소년, 50달러가 넘는 나이키 운동화를 만드는 대가로 1달러가 조금 넘는 하루 일당을 받으며 살아가는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어린 노동자들까지.

이 책은 마이클 조던을 키워드로 자본주의의 지구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화적 갈등을 분석하는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가 보기에 미래의 전장은 제국주의 대 반제국주의 혹은 문명 대 문명이 아니라, 자본 대 문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즉, 미래의 투쟁은 “새롭고 테크놀로지적인 자본주의와 자본에 의해 요구되는 변화에 적응하기를 강요받는 문화 간의 투쟁”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새롭고 테크놀로지적인 자본주의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이미 또다른 문화의 형태로, 적어도 어떤 식이든 문화의 외피라도 쓰고 존재한다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마이클 조던(이제 또 다른 마이클 조던이 필요하다!)과 NBA가 미국 자본주의와 문화를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확장시키는 첨병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은 쉽게 농구를 버리거나 NBA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박찬호를 통해 알게 된 미국의 메이저리그를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알게 모르게 조던과 NBA, 박찬호와 MLB는 이미 우리의 일부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지은이도 마이클 조던과 NBA를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지은이가 강조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지구화의 일방적 흐름 속에서 다른 흐름을 형성할 수 있는 우리의 무궁한 상상력과 왕성한 실천이다. 재국지화(relocallization)가 수반되는 능동적 작용. 독자들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무한한 상품적 가치를 지닌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박찬호의 경우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메이저리그가 만들어내는 장대한 스펙타클의 문화적 상품들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사정을 더욱 복잡하게 하지만, 이제 우리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박정철/리브로)


by www.libro.co.kr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