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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병과 심리학 |  | |
| 광기가 말하는 진실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현대의학이 발달할수록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제 현대인에게 있어서 가벼운 우울증, 불면증, 불안, 초조 등은 감기 증세 같이 흔한 것이 되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성 장애 하나 정도는 필수로 가지고 살아가고 심지어 무슨 무슨 중독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살아가는 이 시대에 미셸 푸코의 「정신병과 심리학」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정신병과 심리학」은 1954년에 출간한 미셸 푸코의 첫 저서이다. 원래는「정신병과 인격체」라는 제목이었으나 1962년 재출간하면서 수정했다. 따라서 「정신병과 심리학」에서는 「광기의 역사」, 「성의 역사」등 ‘광기’와 ‘성’에 관한 저작으로 유명한 푸코의 출발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가 제기하는 문제는 심리학은 정신병에 대한 진실을 밝힐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점검하기 위해 푸코는 심리학 이론의 발전 과정과 방법론, 이론적 전제의 타당성을 짚어나간다.
발달심리학은 정신병을 정상적인 인간의 심리 발달 과정의 역과정, 즉 개인적, 사회적 발달 과정을 따라 진보하는 과정에서 재추락하여 심리발달 과정 초기 상태로 회귀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병적 인격체 조직을 소홀히 다루고 질환의 기점을 밝히지 않고 방향 설정만을 묘사하기 때문에 불충분하다. 푸코는 프로이트의 사례연구들을 보여주며 개인의 역사라는 전망에서 정신병을 조명하는 발생심리학을 살핀다. 정신병 환자는 갈등을 야기시키는 모순, 그 모순으로부터 생겨나는 불안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도피한다. 그러나 이들의 방어 메커니즘은 과거와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주체를 자극하고 불안의 재출현을 위협한다.푸코는 실존적인 필연성 속에서 질환을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보고 정신병자의 실존적 체험 내부로부터 병을 이해하려는 현상학적 시각을 소개한다. 이 연구 결과 드러나는 병적인 세계의 특징은 상상적, 몽상적이며 상호 주체성이라는 전망이 불투명한 세계이다. 그리하여 푸코는 정신질환을 “주관성들 중 최악의 주관성 속으로의 퇴행인 동시에 객관성들 중 최악의 객관성으로의 추락”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는 다시 의문을 갖는다. “미친 사람의 이러한 주관성이 세상에 대한 사명이자 내맡김이라면 그 수수께끼 같은 위상의 비밀을 바로 이 세상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p.102)
푸코는 서구사회에서 광기에 정신질환이라는 위상이 부여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중세에 미친 사람은 신들린 사람으로 간주되었고 17세기 중반 강제 수용소가 만들어지면서 광기는 사회에서 추방된다. 18세기에 광기는 모든 ‘사랑의 범죄들’과 친자관계를 맺고 19세기에 이르러 광기는 범죄의 상속인이 되며 20세기에 와서 광기의 핵심은 죄의식과 공격성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침묵을 강요당하고 추방된 광기는 언어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사회구성원이 앓는 정신 질환 속에 그 사회는 자신을 실증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기 언어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이방인인 채로 남아 있을 때, 자기 활동의 산물에서 인간적이며 살아 있는 의미들을 확인할 수 없을 때, 이 세계 속에서 자기 조국을 발견할 수 없는데도 경제적이며 사회적인 결정이 그를 구속해 올 때, 또한 정신분열증과 같은 병리학적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을 때, 인간은 현실세계로부터 소외되어 어떤 객관성도 보장해줄 수 없는 ‘사적인 세계’로 내몰린다. 그러나 현실세계의 구속에 순응하는 인간은 그가 도망치는 이 우주를 운명 같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현대세계는 정신분열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금의 사건들이 인간을 비인간적이며 추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문화가 세계를 읽어내는 방식 속에서 인간이 더 이상 자신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47)
결국 심리학은 광기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도, 영원히 광기를 제어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푸코는 말한다. 다만 변함없이 광기만이 그 진실을 말하고 있다. 실제로 몇 번의 정신 발작을 경험한 푸코는 자신을 집어 삼키려는 광기, 아니 광기 그 자체보다 사회의 추방과 처벌이 함축된 광기에 학문적으로 접근하여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삶의 고뇌,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푸코의 이 저서는 그렇기에 더욱 절실하고 치열하게 현대 인간의 ‘비극적 찢김’과 ‘자유에 대한 육중한 망각’을 일깨우고 있다. (윤정윤 phyllis@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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