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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페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모험, 화엄의 세계를 향한 ‘누스페어’
들뢰즈/가타리의 철학적 개념을 사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이론을 펼치는 사이버시대의 철학자 피에르 레비는 최근 저서 누스페어에서 삶의 기쁨과 환희를 노래하는 사이버시대의 스피노자의 역능과 같은 것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일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충격과 일견 의심스러운 것으로 비쳐질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겉모양은 지식인들이 그토록 저주해마지 않는 자본주의를 긍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이 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세대의 철학적 에세이라고 할 만하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세대는 자신들을 세대개념이 아닌 새로운 인류로 부르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편에서는 의심을 가지고, 또 한편에서는 새로운 인류의 파토스를 엿보는 마음으로 이 책을 들여다본다.
레비의 관심은 ‘진화’라는 테마에 가 있다. 진화만이 레비가 긍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생태계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의 진화라는 맥락에서 그는 자본과 시장의 역할을 주목한다. 자본과 시장은 누군가 서로 다른 의도로 각자 개입한다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경쟁적 협력이라는 진화의 동학을 닮았다. 그것은 생태계와 동형적이다. 자본과 시장은 그러한 진화를 가속화시켰다. 그리고 이 경쟁적 협력은 보다 높은 차원의 생태계 통합을 향해 나아가며, 그것은 인간사회에서 집단지성이 출현하는 것과 같다고 그는 설명한다.

집단지성은 인간사회가 진화하고 있는 사회의 통합에서 정신의 통합, 사회와 인류의 재결집과 새로운 보편성으로 넘어가는 새로운 단계이자 정신계의 혁명이다. 간단하게 말해 새로운 지성을 지닌 인류의 출현이다. 이런 장대한 의식의 모험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자본과 시장에 대한 비판은 통합에 대한 분리, 과소한 것, 제자리를 지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민족전쟁, 종교전쟁, 이데올로기 전쟁, 인종전쟁, 인간학살, 민족학살 등등 20세기는 잊으라고 말한다. 파시즘, 전쟁, 이데올로기는 인류의 진화를 늦춘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체가 전세계적 차원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 이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팝 음악의 예에서도 나타나며(팝 음악은 세계적으로 청취자를 구성하게 되었다), 국가와 지역과 인종적 경계들을 넘고 이념적 바리케이트를 넘어선다. 생존을 위한 경제에서 정보와 지식경제로 넘어가고 상호적이고 집단적인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관심’으로 경제가 이동한다. 경제는 점점 빨리 존재론적 연계를 거슬러 올라가 가상을 향해서, 그리고 존재를 창조하는 것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관심이나 의식은 삶을 삶답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의 관심이 세계를 형성하고 성장하게 하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내부에 힘의 원천을 지니고 있고, 이제는 그것을 소유하는 것만이 남아 있다는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러한 힘이 스피노자가 말하는 ‘잠재적 역능’이다. 사이버공간은 집단지성을 향해 나타난 첫 번째 정신계의 출현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지와 레이가 외로움 속에 갈망하는 것은 진화, 공각기동대의 쿠나사기 소령이 네트의 빛 속으로 사라지면서 갈망하는 것도 진화이다. 오시이 마모루, 무라카미 류 등 일본의 전공투세대 출신들의 테마는 사회진보가 아니라 인간 진화였다.

레비의 어조는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심오해지고 종교적 고해성사와 같은 빛깔을 띠기도 한다. 그는 심지어 자신을 사회를 분리하고 차별을 구획 짓는 사회학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레비의 이 책은 아마도 우리 사회의 가장 첨단에 있는 논쟁점을 제공할 것이다. 집단지성과 가난, 덕과 사랑. 그리고 화엄의 세계(레비는 집단지성의 모습을 화엄의 세계로 묘사한다)를 향한 인류의 진화라는 테마는 상당한 비판적 논란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의 세대, 대체 오늘날 우리는 어떤 집단, 어떤 집단정신, 어떤 통일된 행성을 건설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 종은 어떤 변화된 형태 속으로 진입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 각자는 어떻게 집단지성이라는 의식의 모험에 참여하고 있는가? 레비는 스스로 세계를 탐색해보라고 말한다. 그는 그 탐색의 방법에 대해‘투쟁의 방법’이 아니라 ‘사업의 방법’을 제시한다. 레비의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류의 진화인가, 계급투쟁인가? (이성문 mongkey@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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