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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과 자생
앞에 가는 똥차들 비키라고? 우리도 예전에 그랬지
「토착과 자생」. 말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부제를 보면 이해하기가 좀 수월할 것 같다. ‘우리 시대 미술가 10인의 예술과 삶’. 「토착과 자생」은 말 그대로 미술가 열 명의 삶을 생생한 인터뷰로 포착한 책이다. 「월간미술」의 편집장인 이건수씨는 인터뷰의 생생함을 보여주되 한 편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처럼 읽힐 수 있게 책을 편집했다. 그 결과 지은이의 말은 나레이션처럼 읽히고 미술가들의 말은 생생하고 진솔한 언어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미술가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한국화(박노수 송영방), 서양화(권옥연 박서보 전성우), 사진(강운구), 조소(이영학, 최만린), 도예(김익영), 무대미술(이영복) 등 다양한 장르를 포함했다는 것도 의의가 있지만 모든 작가들이 그 방면의 ‘1세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토착과 자생’이라는 책제목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해방공간이나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혹은 해외 유학을 통한 방황을 통해서 외국 문명을 온몸으로 체험했으며 최초로 ‘토착’이란 단어에 대해 고민한 세대들이다. 그리고 ‘자생’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세대들이다. 사진작가 강운구씨의 말은 ‘토착과 자생’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것 같다.

“서양작가나 서양사진사 중심에서 벗어나 우리 사진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로서 총체적인 사진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옛 한국인이 찍혔다고, 외국 사람이 조선에 들어와서 우리의 얼굴을 찍었다고 그것이 한국사진사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수용당한 역사이지 주체적인 사진의 역사가 아닙니다. 주체적으로 사진을 찍고 다루게 된 것부터 진정한 사진이 시작된 것입니다.”(25쪽)

사진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장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한국 앵포르멜 회화의 대부라 불리는 박서보씨는 “지난날 나는 ‘앞에 가는 똥차 비키시오.’하고 선배들을 향해 소리쳤답니다. 이와 똑같은 말투로 ‘앞서 가는 똥차 비키시오’하고 부메랑처럼 내게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나는 평생동안 하루에 평균 14시간 이상 작업을 해 왔습니다. 곁눈질하지 않고 바보처럼 외길을 걸어 왔습니다.”라며 지난날을 회고했다.

대가들의 생생한 증언도 흥미롭거니와 함께 수록된 도판 역시 한국 미술의 1세대를 대변하는 듯 해 읽는 맛이 새롭다. 또 하나, 지은이는 ´에필로그´라는 장을 두어 인터뷰에서 얘기하지 못한 개인적인 얘기를 풀어놓았다. 경상도 사나이의 체취가 풍긴다는 강운구씨에 대한 추억, 영화 ‘정사’에서 이정재의 집으로 나왔다는 김익영씨의 집 풍경 등 짧은 글이지만 작가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김중혁 vonnegut@libro.co.kr/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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